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사진)가 정치적 미아(迷兒)가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국회 인사청문 과정에서 각종 의혹이 증폭돼 사실상 낙마 이미지가 굳어지고 있지만 그를 ‘합작 인선’한 청와대와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 측이 모르쇠로 일관하기 때문이다. 적극적으로 이 후보자의 거취 정리에 나설 경우 떠안게 될 정치적 부담을 의식하고 있는 것이다.
이 후보자를 지명한 청와대는 1일에도 “이 후보자 문제는 청와대가 나설 사안이 아니다”라는 기존 태도를 유지했다. 한 핵심 관계자는 “이 후보자가 자진사퇴할 수도 있겠지만 우리가 뭐라 할 상황이 아니다. 인사청문을 거친 만큼 당분간 국회에서의 처리 절차를 기다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채택이 무산돼 인준 표결 같은 국회 처리 절차가 정상적으로 진행될 수 없는 상황에서 이 후보자도 지금처럼 자진사퇴하지 않고 버티면 진퇴양난의 형국이 지속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박 당선인 측에서는 여전히 “청와대가 이 후보자를 지명한 것 아니냐. 왜 우리의 판단을 구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한다. 한 관계자는 “이 후보자 거취에 대해 (박 당선인 측이) 청와대와 별다른 논의를 한 사실 자체가 없다”며 불쾌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 후보자의 자진사퇴 외엔 별다른 묘안이 없는 상황이다 보니 정치권과 법조계에서는 ‘헌재소장 공백이 장기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1일 기준으로 헌재소장 자리는 이강국 전 소장 퇴임(1월 21일) 이후 11일째 공백 상태다.
한편 정부는 이 후보자 인사청문 과정에서 논란이 된 ‘특정업무경비(특경비)’의 부정 사용을 차단하기 위해 선(先)지급과 현금 지급의 관행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기로 했다. 특경비는 수사 감사 예산 조사 등 특정업무 수행에 지급하는 경비이다. 올해 50개 기관에 6524억 원의 예산이 책정돼 있다. 기획재정부는 1일 각 부처에 통보한 올해 예산·기금 운용계획 집행지침에서 ‘앞으로 특경비는 지급 사유가 생기기 전에 미리 지급할 수 없고, 사유가 생기더라도 현금 지급은 원칙적으로 금지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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