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前대통령 “난 안보 챙길테니 경제는 임자가 맡아”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2월 2일 03시 00분


■ 9년3개월 비서실장 지낸 김정렴씨 회고

“각하, 저는 경제에 대해서나 좀 알 뿐 정치는 전혀 모릅니다. 비서실장만은 적임이 아닙니다.”(김정렴 당시 상공부 장관)

“경제가 국정의 기본이야. 경제가 잘돼 백성들이 배불리 먹고 등 따뜻하게 생활해야 정치가 안정되고 국방도 튼튼하게 할 수 있지 않나. 나는 국방과 외교안보에 치중할 수밖에 없으니 임자가 경제 문제를 대신 잘 챙겨.”(박정희 당시 대통령)

김정렴 박정희대통령기념사업회장(사진)은 1969년 10월 위의 대화를 계기로 대통령비서실장에 임명돼 9년 3개월 동안 임무를 수행했다. ‘영원한 비서실장’으로도 불린 그는 한국 헌정사에서 가장 오랜 기간 대통령비서실장을 지낸 인물이다.

그는 1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박 전 대통령의 리더십에 대해 “상대를 믿고 일을 맡기면서도 늘 격의 없이 의견을 나누면서 국가를 위해 올바른 결정을 내리려 했다”고 회상했다.

박 전 대통령은 중요한 정책 결정을 내릴 때는 여당 지도부와 국무총리, 부총리, 관계 장관들을 모아 자유롭게 토론을 시켰다. 김 회장은 “활발한 토론을 위해 자신은 절대 먼저 말하지 않고 참석자들의 발언부터 들었다. 모두 돌아가며 말한 다음에야 내용을 종합해 결론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대통령비서실은 실무형 조직으로 구성했으며 정부 정책에 직접 관여하지 못하게 했다. 주무장관이 알아서 할 수 있도록 권한을 준 것. 김 회장은 “부처끼리 의견 마찰이 있을 때에만 비서실이 나서서 중재를 했고 나머지는 장관이 알아서 처리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비서실은 박 전 대통령의 친인척들이 대통령을 팔아 이권에 개입하지 못하게 막는 역할도 했다. 박 전 대통령은 ‘친인척이 이권에 개입할 경우 해당 인사의 청와대 출입을 금지하고 이를 막지 못한 비서실 담당자를 엄하게 문책한다’는 방침을 세웠고 그대로 시행했다는 것.

김 회장은 “박 전 대통령은 항상 평상심을 유지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9년 3개월 동안 칭찬은 한 번도 못 들었고 딱 두 번 혼났다”고 말했다.

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
#김정렴#박정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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