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인력 쓰면 보안걱정, 자체 검증은 부실걱정, 서두르다 보면 뒤탈걱정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2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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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안과 검증사이 딜레마… 朴당선인 절충점 모색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검증 인력을 보강해 새로운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검증 작업에 돌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당선인은 주말 내내 서울 강남구 삼성동 자택에 머무르며 인선 작업과 함께 북한 핵실험 관련 동향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이정현 당선인 정무팀장은 1일 정부기관으로부터 검증 경험이 있는 실무 인력을 일부 파견받는 방안에 대한 장단점을 분석해 당선인에게 보고한 뒤 차출받을 정부 인력을 선별하는 작업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증 작업을 하고 있는 이재만 전 보좌관도 이날 서울 종로구 통의동 당선인 비서실 사무실에 출근해 함께 인선 관련 작업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결정된 일부 파견 인사는 3일 비서실 사무실에 출근해 검증 작업을 시작했다는 후문이다.

당선인 측 한 핵심관계자는 “국가정보원, 국세청, 경찰청, 검찰청 등 검증 관련 부서에서 한 명씩 파견 받는 형태가 아니라, 인사 파일을 보면 문제가 될 만한 소지가 있는지를 정확히 파악해 빠른 시간 내 검증할 수 있는 전문 인력들”이라며 “청와대가 그런 인력을 가장 많이 갖고 있지만 박 당선인이 청와대로부터 인력을 파견받는 것은 꺼려 제외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비서실장 인선도 임박했으며 이번 주초 발표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국무총리에 앞서 비서실장이 발표될 경우 검증팀은 비서실장 주도하에 국무총리와 내각 검증 작업을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박 당선인은 그동안 자체 검증팀을 꾸려 검증 작업을 하되 기본 검증 서류 작업 일부만 정부의 관련 기관 종사자들로부터 알음알음으로 협조를 받아 진행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김용준 전 국무총리 후보자 낙마 이후 부실 검증 논란이 일자, 인사 검증 서류는 정부 기관으로부터 대부분 협조를 받고 자체 검증팀의 역량을 보완하기 위해 이른바 일부 ‘검증 선수’를 파견 받는 형태로 절충점을 찾은 것. 그러나 정부 인력을 파견받아 팀을 꾸려 검증 작업을 하다가 ‘보안’이 샐 수 있다는 점, 정부 인력을 파견받았음에도 검증을 서두르다 뒤늦게 문제가 발견될 수 있다는 점 등은 여전히 고민거리다. 당선인 측 관계자는 “기본 서류 작업을 협조 받는 것은 큰 무리가 없고 서류를 떼는 시간은 이틀 정도면 충분하다”며 “기본 서류를 확인해가며 실체를 확인할 만한 실무 인력 확보와 시간이 큰 문제”라고 말했다.

5년 전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의 경우 노무현 정부의 인사 검증 협조를 거절하고 박영준 당시 당선인 비서실 총괄팀장이 호텔에서 파견된 정부 인력과 함께 검증을 포함한 인선 작업을 했다. 당시에는 인선 과정에서 당선인 주변 측근들의 사적인 채널들이 가동돼 ‘고소영(고려대·소망교회·영남) 인사’ 논란을 낳았을 뿐 아니라 여러 후보자가 도덕성 문제로 낙마하며 검증 부실도 드러냈다. 박 당선인 측은 검증팀 구성이 알려질 경우 각종 인사 청탁의 표적이 될 거라는 우려도 크다.

당선인 측 핵심관계자는 “검증을 강화하기 위한 여러 보완책을 검토 중이지만 우리가 청와대처럼 체계적으로 검증할 수는 없다”며 “보안과 검증 사이의 딜레마도 없어진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박근혜#보안#검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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