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곳 동시 핵실험 준비 징후… 대북감시 혼선 주려는듯
한미, 4일부터 사흘간 동해서 핵잠함 연합훈련 실시
韓-美 이지스함 나란히 출항 대기 3일 부산 남구 용호동 부산해군작전기지에서 한국과 미국의 해군 함정들이 4∼6일 동해상에서 실시되는 한미 연합 해상훈련에 참가하기 위해 출항 점검을 하고 있다. 왼쪽은 한국 해군의 이지스 구축함인 세종대왕함, 오른쪽은 미 해군의 이지스 순양함인 샤일로. 부산=서영수 기자 kuki@donga.com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의 서쪽 갱도에 이어 남쪽 갱도에서도 북한의 3차 핵실험 준비 징후가 포착됐다. 한국과 미국 정보당국은 풍계리의 서쪽 갱도에 설치됐던 가림막이 한때 철거된 사실을 확인하는 등 북한의 3차 핵실험 관련 징후들을 면밀히 분석하고 있다.
3일 군 소식통에 따르면 한미 정보당국은 최근 풍계리의 남쪽 갱도에 방사능 계측장비와 전원 공급 케이블 등 핵실험 관련 장비가 잇달아 설치되는 정황을 파악했다. 2일 오전부터 갱도 인근에서 각종 장비와 자재를 실어 나르는 차량과 인력의 활발한 움직임이 포착됐다고 이 소식통은 전했다. 북한은 최근까지 풍계리의 서쪽 갱도에서만 핵실험 준비를 해 왔다.
북한이 최근 서쪽 갱도의 입구에 설치했던 지붕 모양의 가림막을 2일 낮 한때 걷어낸 모습도 미국 정찰위성에 포착됐다고 다른 소식통이 전했다. 군 고위 관계자는 “북한이 갱도 2곳에서 동시에 핵실험을 하기 위한 준비 작업이거나 한미 정보당국의 감시를 피하려는 ‘교란전술’일 수 있다고 보고 예의 주시 중”이라고 말했다. 갱도 2곳에서 핵실험 준비 징후를 동시에 노출해 한미 정보당국의 대북 감시망에 혼선을 초래함으로써 핵실험에 대한 불확실성을 극대화한 뒤 기습적으로 ‘핵실험 단추’를 눌러 충격 효과를 배가하려는 수법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한국과 미국은 4∼6일 포항 동쪽 앞바다에서 최근 한국에 전진 배치된 미국의 핵추진 공격잠수함과 이지스 순양함 등이 참가하는 대규모 연합 해상훈련을 실시한다. 합참의 고위 관계자는 “이번 훈련은 북한의 핵실험을 겨냥한 대북 무력시위이자 강력한 경고 메시지”라고 말했다. 훈련은 북한 잠수함의 기습침투에 대비한 대잠훈련을 비롯해 대함, 대공훈련, 해상종합전술훈련 순으로 이뤄진다고 군 당국은 전했다.
미 핵잠수함인 샌프란시스코함(6900t)은 수천 km 떨어진 지상 표적을 정밀 타격할 수 있는 토마호크 순항 미사일과 어뢰를 탑재하고 있다. 샤일로함에 탑재된 SM-3 미사일은 북한의 탄도미사일을 공중에서 요격할 수 있다. 한국군은 이지스 구축함인 세종대왕함과 초계함, 잠수함 등 10여 척의 함정과 P-3C 대잠초계기, 링스 대잠헬기 등이 참가할 예정이다.
한편 북한 외무성은 3일 “얼마 전 우리의 ‘광명성 3호’ 2호기 발사를 부당하게 문제시하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채택을 주도한 미국이 남조선의 나로호 발사는 비호 두둔하는 추태를 부려 국제사회의 비난과 조소를 자아냈다”고 주장했다. 외무성은 “미국의 파렴치한 이중기준과 포악한 적대행위는 우리의 초강경 대응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북한이 최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외곽에 남쪽을 감시할 수 있는 60m의 대형 철탑 2개와 폐쇄회로(CC)TV를 설치한 사실도 이날 확인됐다. 군 관계자는 “북한이 내부 감시를 강화하고 판문점에 출입하는 우리 인원의 동향을 관찰하기 위해 철탑을 세운 것으로 보인다”며 “북한 철탑에 설치된 감시 카메라의 성능과 감시반경 등 관련 정보를 파악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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