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가 박근혜에게 말한다]“朴정부 성공해야 나라도 살고 진보도 산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2월 4일 03시 00분


<1> 조국 서울대 교수

“박근혜 정부는 성공해야 한다.”

지난해 대통령선거에서 박근혜 당선인을 지지한 51.6%가 아니라 그를 반대한 48.0%에 속한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사진)의 말이다. 정치권 밖 진보진영의 대표적 인사로 대선 기간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 지지를 공식 선언했던 조 교수는 2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박 당선인이 선거 기간 스스로 이야기한 복지와 경제민주화를 임기 내에 이루지 못한다면 나라 전체가 5년 뒤 또다시 ‘좌빨’이니 ‘포퓰리즘’이니 하는 소모적인 논쟁에 빠져들 것”이라며 이렇게 밝혔다.

조 교수는 박 당선인에게 “보수적 개혁을 강화해 복지 수준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할 것”을 요청했다. 그는 박근혜 정부의 성공이 진보진영의 집권에도 유리하다는 것을 ‘댓돌론’에 비유해 풀이했다. 박 당선인의 보수적 복지 개혁을 댓돌 삼아 진보진영은 거기에 플러스알파를 더해 박 당선인이 하지 못하는 진보적 복지 개혁을 하겠다고 국민을 설득해야 한다는 논지다.

그는 “(진보진영의) 집권은 정부의 꼬투리를 잡고 망하기를 기다리는 데서 오는 게 아니라, 여러 작은 에피소드와 업적을 통해 (진보진영의 능력과 실력이) 대중에게 각인될 때 찾아온다”라며 “한 번에 한 칸씩 올라가는 것이지 두세 칸을 비약할 수는 없다”라고 말했다.

그는 “복지 개혁을 취임 후 2년 내지 2년 반 안에 해내려면 국민의 신뢰를 얻어야 하는데 최근 인사 문제가 초반부터 신뢰를 깨고 있다”라며 “박 당선인은 이를 자기 성찰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박 당선인이 “신상 털기 식 인사청문회는 문제가 있다”라고 한 발언은 자신에 대한 비판을 싫어하는 것으로 보이게 한다는 지적도 했다. 특히 ‘선거의 여왕’으로 불리며 자기 주도로 숱한 승리의 경험을 맛본 박 당선인은 이전 대통령들보다 오만에 빠지기 쉽다고 경고했다.

그는 “대통령은 당선되기 전까지는 당파적으로 움직여도 되지만 당선 후에는 51%의 대통령이 아니라 100%의 대통령이 돼야 한다”라며 “대통령은 48%를 챙겨야 할 헌법적 의무를 지니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또 “북한을 관리와 협상의 대상으로 재배치하는 것이 새 정부의 또 다른 임무”라며 “박 당선인이 북한의 김정은을 만나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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