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영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부위원장은 4일 오후 예고 없이 인수위 공동기자회견장을 찾아 오전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의 외교-통상 분리 반대 발언에 대해 “궤변이자 부처이기주의”라며 강한 어조로 조목조목 반박했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여러 차례 외교통상부 통상 기능의 산업통상자원부 이관 필요성을 설명했는데도 조직 수장인 장관이 헌법 위배까지 거론하며 반발하는데 대해 더이상은 묵과할 수 없다고 여긴 것으로 풀이된다.
○ 인수위, 외교부 여당 군기잡기
인수위의 한 관계자는 “야당인 민주당보다 오히려 외교부와 일부 여당 의원들이 반대하고 있는 건 조직이기주의적인 측면이 강하다”며 “정부조직법 개정안 통과를 앞두고 더이상 부처와 당내에서 혼란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외교부 출신의 새누리당 김종훈, 심윤조 의원과 안홍준 외통위원장 등이 외교부 의견에 동조하고 있다.
진 부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 전 박 당선인과 상의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당선인 비서실 측도 김 장관의 오전 발언에 부글부글 끓기는 매한가지였다.
당선인 측의 한 관계자는 “김 장관 말대로 통상 이관이 헌법을 흔드는 것이라면 통상교섭본부가 외교통상부 산하로 가기 전까지 우리나라는 계속 헌법을 어겼다는 것이냐”고 반박했다.
다른 당선인 측 관계자는 최근 미국 기업인 대표들이 통상 기능을 국내 제조업자와 보다 가까운 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로 옮기는 데 대해 반대 여론을 형성하고 있다는 미국의 한 언론 기사를 언급하며 “이 기사를 보는 순간 외교부가 미국에서까지 뛰면서 자기 조직 살리기 로비를 하는구나 생각했다”며 “그게 사실이라면 지나친 거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날 외교부는 당혹해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한 당국자는 “교섭 및 조약체결권과 관련된 법률 개정안이 헌법의 근간을 흔든다는 취지였지 통상교섭 업무를 이관하는 것 자체가 그렇다는 의미는 아니다”고 해명했다.
외교부 내에서는 “지도부가 초기에 눈치를 보다가 정작 문제를 제기할 때를 놓쳤다”는 한탄이 쏟아져 나왔다. 한 직원은 “박 당선인이 부처이기주의를 언급하며 원안대로 진행하겠다는 방침을 분명히 한 시점에 외교부가 ‘뒷북’을 친 것 아니냐”며 “이제 방침을 되돌리지도 못하면서 새 정부에 미움만 받게 생겼다”고 우려했다.
○ 인수위와 외교부 대립 지점
진 부위원장은 이날 “당선인은 의정활동 경험상 외교부보다는 산업통상자원부에서 하는 게 체결에서도 전문성이 있고, 통상조약 체결 후 수출증진 등 여러 사항을 해결하는데 있어 산업과 함께 있는 게 훨씬 낫다고 판단해 개정안을 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외교부는 통상교섭에 대한 지휘 감독권은 물론 조약체결·비준권까지 모두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에게 넘기는 내용이 포함된 데 대해 국제법과 국제적 관행에 어긋난다고 주장하고 있다. 조세협정은 기획재정부 장관이, 범죄인인도 조약은 법무부 장관이 위임받으면서 결과적으로는 대통령의 외교권이 분할된다는 논리도 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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