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이후 첫 만남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왼쪽)과 민주통합당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이 7일 국회에서 열린 북핵 관련 3자 회동에 앞서 밝게 웃으며 악수하고 있다. 오른쪽은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 사진공동취재단
“북한이 강경 일변도로 가면 진정성을 갖고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추진하기 어렵다.”
“북한이 앙탈을 부리며 강경책을 쓰면 국제사회가 보상하는 악순환을 끊을 때가 됐다.”
“핵실험을 강행하면 북한은 더욱 고립을 자초하게 될 뿐이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7일 오후 2시부터 40여 분간 국회 귀빈식당에서 이어진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 문희상 민주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과의 긴급 회동 내내 이처럼 강한 대북 경고를 쏟아냈다.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하면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는 물 건너간다는 뜻으로 읽힐 만큼 수위가 높았다. 문 비대위원장은 박 당선인의 말에 공감했다.
박 당선인은 “핵문제는 남북만의 문제가 아니라 국제사회 전체의 안전을 심각하게 위협한다”며 “이런 어려운 상황에서 정치권이 합심하는 든든한 모습을 국민에게 보여주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 위기 상황일수록 여야 지도자가 머리를 맞대고 합심해 나가야 하는데 초당적으로 협력해줘 감사하다”고 말했다.
문 위원장은 “처음부터 끝까지 더도 덜도 없이 생각이 똑같다”고 화답했다. 그는 “북한에 ‘오판하지 말라. 우리(박 당선인과 여야)는 하나다. 안보에 관한 한 우리는 얄짤없이(다른 여지가 없다는 뜻의 속어) 똑같이 간다’는 걸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전 세계에 우리는 한결같이 안보에 관해서는 여야가 일치된 견해를 갖고 있다는 것을 알릴 필요가 있다”고도 했다. “위급 상황에서 여야 지도부와 박 당선인이 함께했다는 사실 그 자체만으로 국민에게 설날의 큰 선물이 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대통령 당선인과 여야 대표가 이처럼 한자리에 모여 한목소리로 북한의 도발 중단을 촉구한 건 처음이다. 이들은 회동 후 북한의 즉각적인 도발 중단을 촉구하는 공동발표문까지 공개했다. 발표문엔 “도발” “북한의 무모한 행동” 등 그동안 야당이 잘 써오지 않던 표현이 포함됐다.
민주당도 안보 문제에 협력하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안보에 무책임한 정당이라는 이미지를 씻으려는 의지가 엿보였다. 이날 회동에서 박 당선인과 문 위원장은 모두 “안보에 여야가 없다”고 했다. 국가 주요 현안에 대해 여야가 대화와 합의를 통해 해결책을 제시하는 새로운 정치문화를 만드는 시발점이 될지 주목된다.
민주당 정성호 대변인은 “대선 때 치열하게 싸운 여야가 다시 만나 국가 발전과 민생을 위해 같이 노력하는 자세를 보였다는 것 자체가 의미 있다. 이명박 대통령 때는 이런 여야정 모임이 없었다”고 평가했다.
박 당선인은 “북한이 잘못된 선택을 하면 새 정부가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통해 남북 간에 신뢰를 구축하고 지속가능한 평화를 이루려고 하는 진정 어린 노력을 크게 저해할 것”이라고도 했다. 또 박 당선인은 “잘못된 선택에 잘못된 보상이 이뤄진다는 인식이 이뤄지면 안 된다”고 말했다고 박선규 당선인 대변인이 전했다.
문 위원장은 노무현 정부의 북핵해결 3원칙(북핵 불용, 대화를 통한 평화적 해결, 대화를 한국이 주도)과 대북정책 2원칙(대북 인도적 지원을 계속하고 민간 교류를 허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북-미관계가 중요하다. 북-미 라인을 잘 활용해 북-미관계와 남북관계가 같이 가야 한다”고 조언했다고 정성호 대변인이 전했다. 문 위원장은 ‘북핵 해결을 위한 대북 특사’가 필요하다고 말했으나 박 당선인은 특별한 언급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황 대표는 “한국이 이달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의장국이니 이번엔 제1선에서 핵실험을 막는 노력을 기울이면서 북한에 강력한 메시지를 보내야 한다”며 “미국, 중국과의 논의에서 한국이 주도권을 쥐어야 한다”고 말했다.
윤완준·손영일 기자 zeitung@donga.com 최은경 인턴기자 서울대 사회교육학과 4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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