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오전 10시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국무회의실. 국무회의 시작 시간이 다 됐지만 회의를 주재할 김황식 총리 자리는 비어 있었다.
이 시간 세종시에 있는 정부세종청사 국무회의실. 김 총리를 비롯해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 등 국무위원 구성원 8명은 회의 개시를 기다리고 있었다. 김 총리를 중심으로 국무회의에 참석한 장관들은 맞은편에 설치된 대형 스크린을 응시했다.
화면에 서울청사 국무회의실에 있는 나머지 국무위원 21명의 모습이 떴다. 원격회의 시스템을 통해 진행된 이날 국무회의는 이명박 대통령과 김윤옥 여사에게 무궁화대훈장을 수여하는 ‘영예수여안’ 등 38건의 안건을 심의했다.
이번 회의는 국무총리실 등 6개 부처가 세종시로 이전한 후 세종청사와 서울청사 사이에서 열린 첫 번째 영상 국무회의였다. 세종시 이전에 따른 행정 비효율을 줄이기 위해 정부가 벌이고 있는 ‘실험’의 하나다. 세종시로 청사를 옮기기 전 과천청사와 서울청사 사이에도 영상 국무회의 시스템이 마련돼 있었지만 실제로 열린 건 2001년 이후 12번에 불과할 정도로 행정부의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국무회의는 대면(對面) 회의가 기본이었다.
김 총리는 이날 영상회의를 주재하면서 “정부청사 이전 등 근무환경 변화에 따라 ‘스마트 정부’ 구현은 더이상 미룰 수 없는 현안이 됐다”며 “업무 프로세스 개선과 함께 유연근무제 등을 적극 활용할 수 있는 근무 분위기를 조성해 세종청사 원년이 ‘스마트정부’ 원년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해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참석자들의 반응은 대체로 긍정적이었다. 세종청사 국무회의에 참석한 한 장관은 “앞자리가 비어서 허전한 느낌이 없지 않았지만 서울을 오가며 낭비하는 시간을 생각하면 영상회의가 훨씬 효율적”이라며 “화면의 해상도나 음향 상태도 좋아 정부부처 이전에 따른 비효율을 줄일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평했다.
하지만 첫 영상 국무회의가 열린 날 발생한 북한의 핵 실험은 국무총리실 등 주요 기관이 세종시에 떨어져 있는 현실의 한계를 분명히 드러내기도 했다. 국무회의가 끝난 뒤 세종시 총리 공관에서 농림수산식품부 고위 간부들과 점심식사를 하던 김 총리는 핵 실험 소식을 보고받자마자 세종청사 옆 헬기장으로 달려가야 했다. 청와대 지하벙커에서 열린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세종시에서 청와대까지는 헬기 이동시간만 30분 정도. 김 총리가 소식을 듣고 청와대에 도착하기까지 1시간 정도 걸린 셈이다. 지난해 12월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했을 때는 서울청사에서 곧장 청와대로 갔기 때문에 10여 분 만에 도착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이날 상황은 세종시 이전에 따른 행정비효율 해소 가능성과 영상회의가 해결할 수 없는 근본적 한계를 동시에 보여준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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