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활동이 마무리 단계에 들어서면서 인수위원 24명의 운명도 갈릴 것으로 보인다. 함께 일해 본 사람을 신뢰하는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스타일상 인수위원 중 상당수가 향후 내각에 참여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그러나 인수위 활동에 대한 당선인의 평가가 좋지 않을 경우 ‘낙인’이 찍혀 영영 쓰임이 없을 수도 있다.
당선인 측의 한 관계자는 12일 “인수위원 중에서도 위원 선정 당시 1차 검증을 통해 인수위는 가능하지만 내각에는 부적합한 인사들이 한 번 추려져 있다”며 “2차로 박 당선인이 분과별 보고서와 국정과제토론회를 통해 위원들마다 나름대로 성적표를 매겼을 것이고 향후 내각 인선에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당선인의 인수위원 ‘옥석가리기’가 진행 중이라는 것.
인수위 업무를 총괄하는 국정기획조정분과 위원들은 ‘인수위 스타’로 불린다. 정부조직개편안 발표 때 질의응답을 깔끔하게 마쳐 강한 인상을 남긴 유민봉 간사는 학자답지 않은 과감한 결단력으로 촉박한 시일 내 업무를 마무리하는 데 일조했다는 게 내부 평가다. 청와대 국정기획수석비서관 주요 후보군으로 꼽히고 있다. 강석훈 위원은 박 당선인의 국정철학과 공약을 꿰뚫고 있고 학계 출신의 정치인이라는 경험을 극대화했다는 평을 받는다. 교수 출신이 많은 이번 인수위가 로드맵대로 업무를 마칠 수 있도록 흐름을 잡는 데 힘썼다. ‘조용한 인수위’의 콘셉트에 따라 숨죽일 때 언론 및 야당과의 소통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적극 제기했다고 한다.
박 당선인은 분과별 국정과제 토론회 때 여러 가지 사항을 주문하고 있다. 당선인의 업무 스타일을 아는 이들은 주문사항이 많다는 것은 역으로 지금까지 그 업무를 해결하지 못한 질책이 담겨 있다고 여긴다. 그러나 A분과 위원의 경우 많은 주문사항을 받았는데도 토론회 이후 전혀 대책을 세우지 않고 있어 인수위 내부에서 ‘사오정’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과학자 출신인 장순흥 교육과학분과 위원은 정부조직개편안 세부조직안이 발표되기 전 국정기획조정분과위원들을 서너 차례씩 찾아다니며 미래창조과학부로 다른 부처의 예산과 조직을 끌어와야 한다는 보고서를 계속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기조분과 내부에서는 “미래부 신설이 과학기술 분야와 관련은 있지만 장 위원이 본업인 과학 분야 국정과제보다 과학기술계의 이해를 대변하는 데 더 힘쓰는 것 아니냐”는 말들도 나왔다. 장 위원은 인수위 활동 기간 원자력안전위원회 산하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 차량을 이용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인수위 기간 내내 언론과의 긴장 관계를 유지한 윤창중 대변인의 경우 인수위 내부에서도 ‘코드’를 맞추기 힘들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 인수위 관계자는 “윤 대변인이 인수위 비공개 회의 때 ‘일용할 양식(홍보할 내용)을 달라’며 대변인 역할을 위해 노력한다”면서도 “인수위원들이 정작 홍보나 해명거리를 주면 박 당선인의 ‘조용한 인수위’ 콘셉트에 맞지 않는다며 거절해 난감한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윤 대변인은 ‘인수위가 4대 중증질환 전액 국가부담 공약 수정을 검토한다’는 보도가 나왔을 때 해당 분과에서 정정 보도를 해야 한다며 자료를 올렸으나 발표를 미적거려 논란을 확산시켰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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