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위사업청이 차세대 전차 K2의 장비를 수입하는 과정에서 정부 방침을 어겨가며 무기중개업체 U사와 수십억 원의 수수료를 지불하는 계약을 해 감사원 감사에 적발된 사실이 17일 확인됐다. 방위사업청이 U사와 이런 계약을 한 시기는 김병관 국방부 장관 후보자가 이 회사의 비상근 고문으로 재직할 당시였다. 정부는 2000억 원 규모로 진행되는 전차 국산화 사업에서 수수료로 예산이 지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 중개업체를 거치지 않도록 방침을 세웠었다. 야당은 고액의 수수료를 지불하는 계약 과정에 김 후보자가 영향력을 행사했는지를 집중적으로 파헤칠 예정이다.
지난해 12월 국회 국방위원회 회의록에 따르면 감사원은 지난해 11월 국방부가 차세대 주력 전차인 ‘K2 흑표’의 파워팩(엔진+변속기)을 U사가 중개한 독일 MTU사 제품으로 선정한 과정에 문제가 있다며 사업을 총괄한 현역 준장을 강등하라고 권고하고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감사원은 당시 방위사업청이 독일산 제품을 선정하기로 미리 결론을 내려놓고 4년 전부터 개발해온 국산제품을 차별했다는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감사원은 해외 무기장비를 도입할 때 예산절감을 위해 중개상 개입을 원칙적으로 금지했는데도 U사가 독일제 파워팩 수입을 중개한 사실을 적발해 문제를 제기했다. 감사원은 “국방부가 무기 중개상의 개입을 인지하고도 형식적으로 대응해 예산을 낭비했다”고 지적했다.
당시 노대래 방위사업청장은 국방위원회에 출석해 “U사와 독일 회사 간에 수수료 계약이 돼있는 걸 감사원 감사 결과를 보고 뒤늦게 알았다”며 “수수료율을 2% 낮추도록 해 40억 원 정도 절감했다”고 설명했다. 수수료율이 인하된 이후에도 U사는 이 무기거래를 통해 2015년 마무리되는 전차 사업에서 40억 원 안팎의 수수료를 챙길 수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감사원 조사 결과 독일제 파워팩은 100km 8시간 연속주행 가능 여부 등이 확인되지 않은 시험용 제품이고 시동불가 제동장치 고장 등의 문제까지 발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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