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딜레마에 빠진 한국]<3> 효과 못보는 대북제재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2월 19일 03시 00분


코멘트

3차례 제재에도 한술 더 뜬 北… 中이 뒷짐지는 한 속수무책

“북한 제재의 키는 중국이 쥐고 있다.”(한국 미국 일본)

“가난하고 폐쇄된 북한에 제재를 더 한들 무슨 효과가….”(중국)

북한의 3차 핵실험 이후 국제사회는 북한이 매우 아파할 ‘제재 회초리’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방코델타아시아(BDA)식 금융제재와 북한 해외자산 동결, 북한 왕래 선박의 타국 입항 제한 등 해상 봉쇄가 거론되지만 회의론이 적잖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인 중국의 동의 없이는 어느 것도 불가능하다. 한국과 미국, 일본, 유럽 등의 독자적 수단도 거의 다 써버렸다. 결국 식량과 에너지라는 북한의 생명줄을 쥔 중국만 바라보는 ‘제재의 딜레마’에 다시 빠졌다.

○ 북한, 제재 집합소이긴 한데…

국제사회는 그동안 제재 내용을 담은 대북 결의를 3차례 채택했다. 유엔 안보리 산하 제재위원회가 운용 중이다. 북한의 3차 핵실험 이후엔 ‘북한 정권이 감당하지 못할 강한 제재’를 하기 위해 한미일 3국이 양자 제재 방안도 논의하고 있다. 이미 한국의 5·24조치, 미국의 대통령 행정명령 13382호 등을 통한 별도의 제재도 유지되고 있다.

정부는 대북 제재의 효과가 있다고 본다. 북한이 15일 “남한이 제재하면 무자비한 보복을 할 것”이라고 위협한 것을 두고 정부 당국자는 “북한이 위기의식을 느껴 저 난리를 치는 것 아니냐”고 했다.

하지만 이런 대북 제재의 효과를 눈으로 확인하는 게 쉽지는 않다. 2005년 BDA 제재가 북한의 급소를 찌른 것으로 평가받지만 북한의 핵 야욕을 꺾지는 못했다. 조봉현 IBK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제재에도 불구하고 북한 무역규모는 증가 추세이고 2011년 경제성장률도 오히려 0.8% 증가했다. 수치상으로는 제재 효과를 찾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 비슷한 제재, 상반된 효과

흥미롭게도 국제사회의 이란 제재는 효과가 뚜렷하다. 2011년 말 시작된 미국과 유럽의 융단폭격 제재로 이란의 통화가치는 80% 급락했다. 경제가 붕괴될 수준이다. 성과는 크지 않지만 이란이 먼저 대화에 나설 노력을 하는 것은 제재의 약효를 보여 준다. 이란은 원유 수출로 지탱되는 개방형 경제이기 때문이다.

반면 북한은 제재에 반발해 대화 중단을 선언하고 추가 핵실험이나 장거리미사일 발사로 대응해 왔다. 폐쇄 경제체제에 수십 년의 제재 학습효과로 내성이 강해졌다. 아사자가 발생하는 극한 상황에서도 철권통치로 내부를 통제하고 있다. 제재에 견디지 못한 주민의 불만으로 내홍을 겪는 이란과는 크게 다르다.

외부 환경에도 차이가 있다. 이스라엘의 군사 공격 압박에 미국은 이란 제재 수위를 높이고 있다. 개성공단을 운영하는 한국에 많은 시사점을 주는 대목이다.

무엇보다 세계 제2의 경제대국 중국이 북한을 강력히 후원하고 있다. 연간 중국의 대북 무상원조 규모는 △석유 50만 t △식량 10만 t △2000만 달러 상당의 현물이다.

○ 중국, ‘제재 구멍론’에 반박하지만…

중국 관영 신화(新華)통신은 북한의 3차 핵실험은 중국 대북 정책의 실패라는 서방의 시각은 전혀 사실이 아니며 다른 꿍꿍이가 있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중국사회과학원 미국연구소 타오원자오(陶文釗) 연구원은 “많은 국가가 중국을 ‘큰 구멍’이라고 한다. 그러나 안보리 제재는 북한과의 모든 경제교류 중단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중-북 무역은 정상적인 관계”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제재 결의를 철저히 준수한다는 중국의 주장에는 의혹이 제기된다. 지난해 4월 15일 김일성 주석 생일 100주년(태양절) 기념 열병식에 등장한 바퀴 16개의 신형 장거리미사일 이동식 발사차량(TEL)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 차량이 중국산이라는 분석이 쏟아졌다. 안보리 제재 결의 1718, 1874호는 재래식 무기나 무기 부품으로 전용 가능한 물품의 북한 수출을 강력히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유엔은 별다른 조사 결과를 내놓지 않았고 중국 정부가 “개별 기업이 벌목수송용 트럭을 수출한 것”이라고 해명했다는 소문만 나돈다. 중국의 향후 협조를 희망하며 이를 눈감아 줬다는 게 대체적인 지적이다. 지난해 중반 북한이 탄도미사일 관련 부품으로 보이는 흑연 실린더를 중국 화물선으로 시리아에 반출하려다 적발됐지만 그 뒤로도 징계 얘기는 없다.

○ 중국 내부에서 곪고 있는 북한 제재 딜레마

국제사회의 불만과 압박도 크지만 중국 내부의 반(反)북한 여론에 중국 당국은 속앓이를 하고 있다. 주선양(瀋陽) 북한영사관 앞에서 중국인의 항의 시위가 벌어지고 인터넷에는 북한을 비난하는 ‘북한 장송곡’이 유행한다. 중국 국무원 신문판공실이 운영하는 중국망에서 한 평론가는 “북한의 대량살상무기는 중국에 겨냥될 수도 있다”며 “미국의 외과수술적 무력 사용을 묵인하는 것도 고려하자”라는 초강경 주장을 내놨다. 섣불리 북한을 보호하려다가 중국 정부가 비난을 뒤집어쓸 판이다.

대북 제재의 딜레마를 겪는 중국을 끌어들이고 제재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인센티브를 가미하자는 주장도 나온다. 미국 브루킹스연구소 마이클 오핸런 연구원은 최근 정치전문매체인 폴리티코 기고문에서 “북한이 일정 기간 추가적인 도발을 하지 않으면 제재를 자동적으로 거둬들이는 ‘한시적 제재’ 기법을 도입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베이징=이헌진·정미경 특파원·이정은 기자 mungchii@donga.com
#북한#중국#대북제재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