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늦기전 원하는 삶 찾고싶어 직업으로서의 정치 떠납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2월 20일 03시 00분


■ 유시민 정계은퇴 선언

진보정의당 소속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사진)이 19일 10년간의 정계 생활을 마감하고 은퇴를 선언했다.

유 전 장관은 이날 새벽 트위터에 “너무 늦어버리기 전에, 내가 원하는 삶을 찾고 싶어서 ‘직업으로서의 정치’를 떠납니다”라는 글을 남겼다. 이어 “지난 10년 동안 정치인 유시민을 성원해주셨던 시민 여러분, 고맙습니다. 열에 하나도 보답하지 못한 채 떠나는 저를 용서해 주십시오”라고 썼다. 정계 은퇴를 결심한 이유나 배경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유 전 장관은 지난해 4·11총선 때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부정 경선으로 촉발된 분당(分黨) 사태와 종북(從北) 논란, 야권의 대선 패배를 겪으며 자신의 정치 진로를 깊이 고민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유 전 장관은 지난해 9월 심상정 조준호 공동대표와 함께 통합진보당에서 빠져나와 진보정의당을 창당했다.

6일 자신의 팬클럽 ‘시민광장’과의 인터뷰에서는 “거취에 대한 것들은 이달 중 말씀드리게 될 것”이라며 결단이 임박했음을 암시하기도 했다. 유 전 장관은 곧 출간될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제목의 책을 통해 자신의 정치 인생을 회고하고 앞으로의 구상을 밝힐 것으로 알려졌다.

유 전 장관과 가까운 이백만 전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은 통화에서 “유 전 장관은 앞으로 강연, 저술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 전 장관과 가까운 진보정의당 관계자도 “유 전 장관은 더이상 공직에 나서지 않을 것으로 안다”며 “평당원으로서 글을 쓰는 등 정치적 발언은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MBC ‘100분 토론’을 진행하면서 탁월한 언변으로 대중 인지도가 오른 그는 2002년 개혁국민정당을 창당해 노무현 당시 새천년민주당 대선후보를 지원했다. 2003년 4월 경기 고양 덕양갑 재선거에서 새천년민주당의 무(無)공천에 힘입어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이후 열린우리당 창당(2003년 10월) 과정에 합류했고, 2004년 재선에 성공했다. 2006년 노무현 정부에서 복지부 장관을 지내며 ‘왕의 남자’ ‘노무현의 정치적 경호실장’ 등으로 불렸다. 특유의 독설 때문에 “그토록 옳은 소리도 그토록 싸가지 없이 한다”(김영춘 전 의원) 같은 부정적인 평을 듣기도 했다.

열린우리당의 후신인 대통합민주신당이 17대 대선에서 참패한 직후 탈당했고, 2008년 총선에서 무소속으로 대구에 출마했지만 쓴맛을 봤다.

2010년 6·2지방선거 때는 국민참여당 소속의 야권 단일후보로 경기도지사에 도전했지만 김문수 지사에게 무릎을 꿇었다. 2011년 4월 경남 김해 보궐선거 때엔 자신이 대표로 있던 국민참여당 후보를 야권 단일후보로 고집해 내세웠지만 새누리당 김태호 의원에게 졌다.

2011년 12월엔 민주노동당 이정희 대표 등과 통합진보당을 창당했지만 몇 달 만에 갈라섰다. 이런 이력 때문에 그에게는 가는 곳마다 당이 깨진다는 뜻의 ‘정당 브레이커(깨뜨리는 사람)’라는 불명예스러운 칭호가 따라붙었다.

이남희 기자 irun@donga.com
#진보정의당#유시민#유시민 은퇴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