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레그 스칼라튜 미국 북한인권위원회 사무총장은 20일(현지 시간) 워싱턴 사무실에서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대화로도 제재로도 북한 핵개발을 저지할 수 없다면 인권 이슈에서 하나의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과 미국의 정부와 민간이 △북한의 인권상황을 파악하고 △국제 여론에 호소하고 △유엔과 각국 정부를 북한 인권개선 작업에 동참시켜 북한 정부가 변화하도록 압박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음 달 초 스위스 제네바에 있는 유엔인권이사회는 체계적인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 설치 여부를 결정한다. 현재 미국과 일본, 유럽연합(EU) 등 주요 선진국들이 COI 설치를 공개적으로 지지한 상태여서 다음 달 이사회의 결의안에 이런 내용이 포함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스티븐 해거드 미국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 교수는 13일 피터슨국제경제문제연구소 홈페이지에 기고한 글을 통해 “COI 설치는 북한 인권 침해를 어떻게 볼 것인지를 둘러싼 논쟁에 근본적인 전환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COI가 설치되면 유엔의 예산과 인력을 지원받는 체계적인 북한 인권 문제 조사가 가능해진다. 북한의 국가 인권 침해가 기록되고 가해자를 국제형사재판소(ICC)에 기소할 길이 열린다. 북한 정부가 인민에 대한 ‘보호책임(Responsibility to Protect)’을 방기하고 있다는 이유로 국제사회가 무력 개입할 수 있는 근거 자료들이 유엔의 이름으로 쌓이는 셈이다.
하지만 정작 한국 정부가 공개적인 지지의사를 표시하지 않아 관련국들이 공개적으로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급기야 미국 워싱턴포스트가 20일 ‘한국, 북한 인권조사 놓고 진퇴양난’이라는 기사에서 한국 정부의 애매한 태도를 지적했다.
외교통상부 당국자는 “아직 논의가 진행 중이고 여러 외교적 관계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공식적으로 이를 이야기하지 않는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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