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중국이 양국 간 협력 강화를 위해 ‘인문(人文)동맹’이란 개념을 토대로 관련 논의를 진행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한국과 미국이 지금까지 표방해 온 ‘가치동맹’에 비견되는 키워드이다. 향후 한중 관계의 질적 변화를 예고하는 새로운 개념이어서 주목된다.
21일 외교소식통과 정부 당국자들에 따르면 외교통상부는 지난해 말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보고할 ‘한중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의 내실화 방안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인문동맹’의 개념을 검토했다. 한미 관계가 시장경제와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공유하는 ‘가치동맹’임을 감안해, 한중 관계도 장기적으로 다른 측면의 동맹 관계로 끌어올릴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 따른 제안이다.
한 외교소식통은 “한국과 중국은 정치와 경제 사회 시스템은 많이 다르지만 오랜 역사와 문화, 철학을 공유해 온 만큼 인문 분야에서 통하는 것이 많다”라며 “인문동맹 개념에 대해 중국 외교부는 즉각 반색하며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고 있다”라고 전했다. 중국 측은 인문 분야에서 양국의 협력을 확대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그 내용은 5월 서울에서 열리는 한중일 3국 정상회담을 계기로 이뤄질 한중 정상회담의 공동 발표문 등을 통해 구체화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외교부가 인수위에 제출한 최종 보고서에서는 인문동맹 대신 ‘인문 교류 강화’라는 표현으로 일단 완화했다. 군사적 개념이 포함된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동맹’이란 단어의 민감성 때문이다. 정부 안에서는 ‘인문연대’ ‘인문공동체’ 같은 표현도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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