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공약 모두 이행” 외쳐오다 정부출범 코앞서 후퇴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2월 23일 03시 00분


기초연금-임플란트 지원 내용 수정… 군복무 단축은 중장기 과제로 넘겨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박근혜 정부의 국정과제를 확정한 가운데 대선 과정에서 관심을 모았던 대표 공약 일부가 후퇴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공약의 우선순위를 재조정하는 것은 필요한 일이지만 과정이 매끄럽지 못했다는 아쉬움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인수위는 역대 인수위 중 처음으로 공약별 추진 시기를 담은 ‘210개 공약 이행계획’을 마련했다. 공약은 하나도 빠짐없이 임기 내 손을 대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한 것이다. 하지만 대선 당시처럼 ‘다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은 줄었다. 막대한 돈이 드는 복지 공약이 상당 부분 시행 시기를 늦추거나 적용 대상을 단계적으로 늘리는 식으로 정리됐다.

대표적인 게 기초연금이다. 공약집에선 ‘65세 이상 모든 어르신에게 약 20만 원을 지급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인수위는 소득수준, 국민연금 가입 여부 등에 따라 4개 그룹으로 나눠 4만∼20만 원을 차등 지급하기로 했다.

‘어르신 임플란트 건강보험 지원’ 공약도 2014년(75세 이상)부터 단계적으로 확대한다. 그러나 선거 과정에선 ‘65세 이상 어금니부터’라고 두루뭉술하게 밝혀 마치 곧바로 지원되는 것처럼 비쳤었다.

대선 바로 전날 선보인 ‘하사관 증원 등을 통한 군 복무기간 18개월 단축’ 공약은 중·장기 과제로 돌렸다. 대선 직전, 유세 현장에서 전격 채택된 것이다 보니 하사관 증원 등 여건 조성을 위한 돈은 전체 공약 예산 135조 원 추계에 반영하지 못했다. 베이비부머를 공략한 ‘임금피크제와 연계한 60세 정년 법제화’ 공약도 2017년부터 기업규모별로 단계적으로 시행하는 것으로 늦춰졌다.

세종시에 둥지를 트는 해양수산부의 위치를 놓고도 말 바꾸기 비판이 나온다. 근거는 공약집이다. 해양부 부활이 부산지역 공약에 포함됐기 때문이다. 박 당선인은 지난해 12월 부산 유세에서 “해양부를 부활시켜 부산을 명실상부한 해양 수도로 만들 것”이라고 하기도 했다.

박 당선인은 막대한 돈이 드는 공약에 대해 실행할 수 있는지를 다시 따져봐야 한다는 요구가 나오자 “공약을 만든 분들이 피곤할 정도로 제가 따지고 또 따졌다”며 일축했고, ‘모두 한다’는 식의 발언을 되풀이했다. 정치권에선 정책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선택과 집중’은 인수위에서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과정이지만, 전문가들과 정치권의 수정 필요성에는 꿈쩍도 않다가 정부 출범 직전에서야 지적을 슬그머니 일부 수용하는 모양새가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 당선인 주변에선 결과적으로 박 당선인의 ‘신뢰’ ‘약속’ 이미지가 상처를 입은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박근혜#공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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