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치학회와 관훈클럽은 25일 앞으로 5년 동안 ‘대한민국호(號)’를 이끌어 갈 박근혜 정부의 정책 과제를 진단하는 학술회의를 공동 개최했다.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이날 학술회의에서는 급변하는 동북아 정세 속에서 북한의 3차 핵실험을 맞닥뜨린 새 정부의 외교 안보 및 대북 정책을 집중 조명했다. 또 박 대통령이 대선 과정에서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으로 강조한 경제민주화와 복지 정책의 실현 가능성도 짚었다.
○ “대북 제재와 관계 개선 메시지 구분”
박 대통령의 대선캠프 외교안보팀 출신인 박인휘 이화여대 국제학부 교수는 새 정부의 대북정책 과제로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 추진을 위한 모멘텀 확보를 제안했다. 북한이 3차 핵실험을 강행하면서 박 대통령의 남북관계 해법인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가 시동을 걸기도 전에 좌초 위기를 맞은 것 아니냐는 우려에 따른 것이다. 박 교수는 새 정부 외교정책 기조의 한 축인 ‘신뢰 외교’에서 ‘신뢰’는 무조건 믿는 게 아니라 외교 상대방이 협력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전략적 신뢰’를 뜻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대북 제재의 메시지와 인도적 관계 개선 필요성의 메시지를 명확하게 구분해서 전달하는 전략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또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에 대해서도 “초기 단계에서는 대화, 인도적 지원, 기존 약속 상호 확인 등을 중심으로 구체적인 정책을 가동할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 “노동 세력과의 대화 채널 개설해야”
이연호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박근혜식 경제민주화’의 한계를 문제 삼았다. 박 대통령이 진보 이슈인 경제민주화를 선점한 것은 시의적절한 데다 정치적 역발상을 통해 지지계층을 확대하는 효과를 거뒀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사회적 약자에게 복지를 확대하는 식의 ‘가모장(家母長)적 보상 정치’로 경제민주화가 달성되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특히 경제민주화의 핵심은 노동인데 박 대통령의 경제민주화 공약 중 노동과 직접 연관된 항목이 없다는 것. 이 교수는 “노동계와의 대화 채널이 필요하다”라면서 “노동 전문가나 노동 현장의 목소리를 대통령과 정부가 직접 소화해야 한다”라고 제안했다.
또 경제민주화 관련 대기업 규제에 대해선 “재벌은 정부가 맘만 먹으면 통제할 수 있는 대상이 더이상 아니다”라며 “박근혜 정부의 정책 의지에 공감할 수 있도록 설득하는 작업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인사 탕평 넘어 복지 확대로 사회 통합”
강명세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박 대통령이 대선 기간 강조한 국민대통합과 관련해 “복지국가는 가장 탁월한 사회적 탕평”이라고 주장했다. 한국정당학회의 지난해 7월 국민의식조사에 따르면 빈부 격차(38.4%)를 이념 갈등(19.6%), 지역 갈등(12.6%), 세대 간 소통 부족(12.2%)에 앞서 한국 사회 갈등의 주요 원인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강 위원은 “대타협의 정치는 과거 관습적으로 일회성으로 행해졌던 호남 엘리트 일부의 중용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과감한 사회적 탕평책을 실행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인사탕평책은 지역 엘리트를 달래는 수준을 벗어나 중산층을 두껍게 하는 게 근본적인 해법이라는 얘기다.
강 위원은 “공약의 축소가 아니라면 복지 재정을 담당할 증세는 불가피하다. 선별적 복지라도 마찬가지로 상당한 자금이 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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