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식에 MB내각 참석
박근혜 정부 초대 총리로 임명된 정홍원 총리(오른쪽에서 세 번째)가 26일 서울 종로구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애국가를 부르고 있다. 취임식에는 국회의 인사청문회 절차가 끝나지 않은 박근혜 정부의 장관 후보자들 대신에 이명박 정부의 장관들이 참석했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정홍원 국무총리가 우여곡절 끝에 국회 임명동의의 관문을 넘고 26일 취임했지만 ‘책임 총리’ 역할을 제대로 할 것인지를 놓고는 관측이 엇갈린다.
박근혜 대통령은 대선을 앞둔 지난해 11월 “사문화돼 있는 국무총리의 국무위원 제청권과 장관의 부처 및 산하기관장에 대한 인사권도 보장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실제 정 총리가 헌법상 권한을 행사한다면 ‘일인지하 만인지상(一人之下 萬人之上)’의 실질적인 위상을 갖게 된다.
하지만 책임총리의 실체는 “(대통령을 대신해) 책임만 지는 총리”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모호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현실적으로 헌법상 총리의 역할은 ‘대통령을 보좌하고 대통령의 명을 받아 행정 각부를 통할한다’고 정해져 있고, 총리에 대한 임면권도 대통령이 갖고 있어 실질적으로 장관제청권과 해임건의안을 소신 있게 행사할 수 있겠느냐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 역대 정부에서 김대중 정부의 김종필 총리, 노무현 정부의 이해찬 총리 등 몇 명을 제외하면 총리가 제청권을 실제로 행사한 사례를 찾기 힘들다. 설혹 있다 해도 제한적 제청권 행사에 머물렀다.
정 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부처의 자율은 존중하되 부처 이기주의나 칸막이 행정은 방치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조정하겠다”며 “새 정부 첫 내각의 역할은 대통령의 국정철학을 하루빨리 뿌리내리게 하고 국정목표들을 정책화해서 실행에 옮기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자신의 임무에 대해서는 “윤활유 역할을 다하겠다” “새 정부의 주춧돌이 되겠다”고 했다.
정 총리는 방송사 인터뷰에서는 “책임총리는 헌법상의 용어가 아니라 근래에 정치적 용어로 등장한 것”이라며 “헌법 해석상으로는 총리에게 주어진 권한인 국무위원 제청권과 행정 각부 통할권을 실질적으로 행사하여야 한다는 뜻으로 이해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하며 그 역할에 충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앞서 그는 20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도 “총리에게 부여된 헌법의 국무위원 제청권과 해임건의권을 충실히 행사할 것을 약속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일각에선 정 총리의 경우 법조계 경력이 사실상 전부여서 국정 장악 능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각종 정책과 갈등을 총리가 책임지고 조율하고 추진하기에는 능력이 검증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국회 인사청문특위는 인사청문 경과보고서에서 “책임총리로서의 국정 수행 의지가 강해 새 정부 국무총리에 요청되는 기본적인 능력과 자질을 갖췄다는 평가가 있다”면서도 “국정 현안에 대한 이해 부족이 드러나 총리로서 행정 각부 통할 등의 역할을 수행할지 의문”이라고 했다.
정 총리는 이런 우려를 의식한 듯 취임사에서 “공급자 중심으로 이뤄져 온 고용과 복지서비스를 수요자 중심의 맞춤형으로 전환하겠다”며 “복지서비스가 생애주기별로, 생활영역별로 정교하게 이뤄지도록 다듬어 나가겠다”고 밝혔다. 정책의 구체적 방향을 제시하며 내각 총괄자로서의 위상을 과시한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정 총리는 지난해 4·11총선 때 새누리당 공직후보자추천위원장을 맡으면서 (외압에 흔들리지 않는) 강단을 보여줬다”며 “박 대통령은 총리를 허수아비로 만들진 않겠다는 정치적 의지를 갖고 있다”고 전했다. 민주통합당 정성호 대변인은 “대통령 국정 운영에 보완재 역할을 하는 명실상부한 ‘책임총리’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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