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실하고 괜찮았던 사람으로 기억됐으면…”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2월 27일 03시 00분


■ ‘2년5개월’ 김황식 총리 이임

“그저 ‘성실하고 괜찮았던 사람’으로 기억해 주신다면 감사하겠습니다.”

이명박 정부의 마지막 국무총리인 김황식 총리가 26일 이임식에서 직원들에게 한 말이다. 2년 5개월간 총리를 지낸 그는 최초의 전남 출신 총리이자 1987년 민주화 이후 최장수 총리로 기록됐다.

그는 이임사에서 “대과(大過) 없이 총리직을 마칠 수 있었던 것은 국무위원부터 이 순간에도 골목을 누비며 헌신하는 사회복지 담당 공무원까지 한 분 한 분이 묵묵히 맡은 바 업무에 최선을 다해 주신 덕분”이라며 공무원들에게 공을 돌렸다.

김 총리는 재임 중 안타까웠던 일로 구제역 사태 때 공무원들이 과로로 쓰러져 순직한 것을 들었다. 또 화재 진압 중 순직한 이재만 소방장과 한상윤 소방교, 불법조업 중국어선 나포작전 중 순직한 이청호 경사를 거론하며 떨리는 목소리로 “남겨진 유가족과 철부지 자녀들을 보고 앞으로 (이들이) 남편 없이, 아버지 없이 살아야 할 날들을 생각하니 한없이 미안하고 죄인이 된 심정이었다”고 회고했다.

그는 이어 “이임하며 가장 마음에 걸리는 것도 더 안전한 환경에서 근무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드리지 못하고 떠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남 장성 출신인 김 총리는 2010년 정운찬 전 총리가 전격 사퇴하고 후임자로 지명된 김태호 총리 후보자가 각종 의혹으로 낙마하면서 ‘어부지리 격’으로 총리직에 올랐다. 초기에는 ‘의전 총리’, ‘대독 총리’에 머물 것이란 전망이 많았지만 복잡한 현안을 폭넓은 식견과 정연한 논리로 풀어 나가며 “대타(代打)가 홈런을 쳤다”, “이명박 대통령이 가장 잘한 인사”라는 평가를 받았다.

연평도 포격도발 1주년 추도식에서 우산 없이 장대비를 맞으며 눈물을 흘리는 등 우는 일이 잦아 ‘울보 재상’이라는 별명도 얻었다. 복지 포퓰리즘을 강하게 비판하는 등 필요한 경우에는 민감한 정치 이슈에 대해서도 제 목소리를 냈다.

김 총리는 이날 페이스북에 “미숙하기 짝이 없었던 20대 청년 판사를 조금은 원숙해진(?)노년 공직자로 키워준 조국 대한민국에 감사할 뿐”이라고 썼다.

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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