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외교원 외교안보연구소는 1월 국제정세 전망 보고서에서 “박근혜 정부는 21세기 들어 가장 어려운 대외환경에 직면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북한의 핵 도발, 한일 및 중-일 영토 분쟁, 한반도를 둘러싼 미중 간 견제와 경쟁 등 어느 하나 만만한 현안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단일대오를 빠르게 형성해 이런 험난한 파고를 슬기롭게 헤쳐가야 할 박근혜 정부의 외교안보팀은 출발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우선 김병관 국방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가 난항을 겪으면서 안보의 핵심인 군 수뇌부 진용을 짜는 데도 큰 타격을 받고 있다. 야당은 김 후보자의 자질과 도덕성이 인사청문회를 실시할 ‘깜냥’도 안 된다며 청문회를 보이콧하고 있다. ‘자진 사퇴하라’는 압박이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자신의 최근 안보 행보에 김 후보자를 동행시키며 임명 강행의 뜻을 내비쳤다. 정부 일각에선 “김 후보자에 대한 야당의 반감이 워낙 강해 어렵게 인사청문회가 열리게 되더라도 무사할 수 있겠느냐”는 비관론이 나온다. 국방부 관계자도 “야당이 박근혜 정부의 첫 조각 인사 중 김 후보자를 ‘낙마 1순위’로 꼽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문제는 북한의 대남 도발에 핵심적으로 대처할 국방 수장의 인선이 늦어질 경우 군의 지휘체계에 심각한 문제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군 당국은 “기존 군 수뇌부를 중심으로 확고한 대비태세를 유지하고 있어 큰 문제가 없다”고 말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군 고위 관계자는 “새 정부 출범 뒤 기존 장관과 장관 후보자, 즉 두 명의 국방부 장관이 서로 다른 공간에서 집무하는 상황”이라며 “비상시 예하 부대에 대한 일사불란한 지휘통제 등 원활한 군 통수권 보좌가 힘들다”고 말했다. 특히 북한이 3차 핵실험 이후 어떤 추가 도발을 할지 예측하기 힘든 ‘살얼음판 안보 국면’에서 국방 수장의 교체가 차일피일 미뤄지는 것은 전체 군 사기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설명이다.
외교안보팀의 컨트롤타워 격인 청와대 국가안보실도 정상 운영이 안 되고 있다. 정부조직법 개정안의 처리 지연 때문에 김장수 국가안보실장 내정자는 임명장을 받지 못한 상태이다. 신설 조직인 국가안보실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통과되기 전까지는 법적 근거가 없는 유령기구인 셈이다. 따라서 김 내정자는 공식 활동에 나설 수 없는 상황이다, 북한의 국지 도발 등으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긴급 소집할 경우 NSC 간사인 김 실장이 정식 권한을 행사할 수 없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는 것이다. 국가안보실 소속의 비서관 등도 아직 공식 발령을 받지 못한 채 근무 중이다. 정부 관계자는 “현재의 국가안보실은 안보 위기 상황에서 신속한 판단과 의사 결정을 내리기 어려운 상태”라고 지적했다.
국가정보원장의 인선도 늦어질 조짐이다. 이명박 정부는 2월 말 국정원장을 인선했다. 정보당국의 한 관계자는 “김관진 국방부 장관이나 남재준 전 육군참모총장이 거명되지만 구체적인 인선 시기는 불확실하다”고 말했다. 한 전직 대사는 “국가안보실장에 이어 국정원장까지 군 출신이 담당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인선이 늦어지는 건 그보다 더 나쁘다”고 말했다.
외교안보 부처의 실무 핵심 요직 인선도 덩달아 늦어질 수밖에 없는 도미노 현상도 우려된다. 외교부의 경우 한미 방위비 분담 특별협정의 시한이 올해 말 만료되지만 전담대사조차 임명하지 못했다. 북핵 문제를 전담하는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1, 2차관, 주요국 대사들의 인선 또는 유임 여부 결정도 지연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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