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전 MB ‘한일 실용’ 강조와 대조… 독도-위안부 문제는 구체 언급 안해
“北 변화 추진땐 더 유연하게 접근”
박근혜 대통령은 1일 3·1절 기념사에서 독도나 일본군 위안부 문제 등 한일관계의 민감한 이슈를 구체적으로 적시하지 않았다. 그 대신 ‘가해자와 피해자라는 역사적 입장은 천년의 역사가 흘러도 변할 수 없다’는 등 감성적이고 강도 높은 표현을 쓰며 일본의 각성을 촉구했다.
5년 전 이명박 전 대통령이 첫 3·1절 기념사에서 “언제까지나 과거에 얽매여 미래로 가는 길을 늦출 수는 없다”며 한일관계에서 ‘실용’을 강조한 것과는 상당히 대조적인 모습이었다.
이날 박 대통령이 밝힌 대일외교 코드는 ‘역사에 대한 정직한 성찰’→‘굳건한 신뢰 구축’ →‘진정한 화해와 협력’ 등 3단계를 통해 한국과 일본이 동아시아의 동반자적 관계로 발전하는 것이다. 박 대통령은 이를 위한 첫 단추로 일본 정부의 적극적인 변화와 책임 있는 조치를 요구했다. 독도나 위안부 문제 등 구체적인 현안을 언급하지 않은 것은 ‘의도된 침묵’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지난해 8월 이명박 전 대통령이 독도를 직접 방문하는 정치적 행보를 한 것과 달리 ‘무언의 메시지’를 통해 일본 정부를 압박하겠다는 뜻이 담겨 있다는 것.
박 대통령은 이날 북한에 대해서는 “핵 개발과 도발로는 아무것도 얻을 수 없고 고립과 고통만 커진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하지만 동시에 “북한이 올바른 선택으로 변화의 길을 걷고자 한다면 더욱 유연하게 접근하겠다”며 관계 개선 의지도 강조했다. 한일관계와 마찬가지로 남북관계에서도 상대의 태도 변화가 있을 경우 이에 화답하겠다는 취지의 발언이었다.
이날 박 대통령이 기념사를 낭독하는 11분 동안 객석에서는 22차례 박수가 나왔다. 특히 박 대통령이 “일본 정부는 적극적인 변화와 책임 있는 행동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한 대목에서 박수 소리가 가장 컸다.
박 대통령은 기념사에서 일본에 역사를 직시할 것을 촉구할 때와 북한에 핵 포기를 요구할 때는 단호하고 결연한 표정을 지었지만 그 외에는 시종일관 미소를 띤 채 행사에 참석했다. 4절까지 이어진 애국가를 큰 소리로 따라 불렀고 3·1절 노래를 부를 때는 누구보다 힘차게 태극기를 흔들었다.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지 않은 탓에 이날 기념식에는 이명박 정부에서 임명된 맹형규 행정안전부 장관과 각 부처 차관들이 참석했다.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놓고 대립 중인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와 민주통합당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은 나란히 앉아 눈길을 끌었다.
한편 새누리당 민현주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내고 “일본은 야스쿠니(靖國)신사를 참배하고 독도 침탈 야욕을 끊임없이 드러내는 등 역사의 과오를 반복하고 있다”며 “반인륜적 범죄인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서도 진정성 있는 사과조차 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김현 대변인은 논평에서 “새 정부는 불의에 항거한 애국지사들의 뜻을 깊이 되새겨 한반도 국제정세를 냉정히 판단하고 국민으로부터 멀어진 정의와 왜곡된 민주주의를 바로잡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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