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의 첫 국가정보원장으로 남재준 전 육군참모총장이 내정되면서 외교안보 분야의 핵심라인 구축이 완료됐다.
김장수 국가안보실장 내정자와 더불어 군 출신을 앞세운 이런 라인업은 북한의 3차 핵실험 이후 엄중한 한반도의 안보 상황을 감안한 선택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군 출신 인사들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향후 대북정책이 유연하게 전개되기 어렵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나온다.
○ ‘튼튼한 안보’ vs ‘경직된 대북관’
군 선후배 사이인 남 후보자와 김 내정자는 국방부 장관과 함께 박근혜 정부의 ‘안보 트리오’로 활약할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이 김 내정자의 육군사관학교 2년 선배인 남 후보자를 국정원 수장에 임명함으로써 자연스럽게 견제와 균형을 유도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남 후보자는 김 내정자를 박근혜 캠프에 합류시킨 사람으로도 알려져 있다.
남 후보자는 북한에 대한 ‘주적’ 개념을 강조해온 인물로 향후 국정원이 남북 대화를 비롯한 대북정책 이행 부서인 통일부와 충돌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한 대북 소식통은 “국정원이 수많은 북한 관련 정보 중 어떤 내용을 선택해 대통령에게 보고하느냐에 따라 정부의 대북정책이 결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중도 성향 교수 출신으로 박 대통령의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구상 수립에 참여한 류길재 통일부 장관 후보자가 초기 조직 장악력이 검증되지 않았고 상대적으로 나이가 젊다는 점에서 남재준-김장수 라인에 휘둘릴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국정원은 북한과의 물밑접촉, 북한 관련 정보의 제공 같은 민감한 업무를 전담하기 때문에 통일부와의 협업이 대단히 중요하다”며 “군 출신의 국가안보실장과 국정원장이 통일부 장관을 로봇 같은 존재로 만들어 버릴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이날 브리핑에서 “국가안보실장, 국정원장, 경호실장까지 연이어 특정 군맥으로 내정한 것은 대표적인 편중 인사”라며 “군 출신 인사 일색으로 외교안보 정보라인을 구성하는 것이 한반도 평화시대에 맞는 것인지에 대해서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 청와대의 컨트롤 vs 책임장관 파워
박 대통령의 대선 공약대로 책임장관의 역할이 강화될 경우 국방, 외교, 통일부 장관이 자기 분야에서 얼마나 강한 목소리를 내고 이를 어떻게 청와대와 조율할지도 지켜봐야 할 포인트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 후보자의 경우 박 대통령의 외교안보 정책을 입안한 최측근으로 류 후보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입지가 확고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따라서 그의 역할이 단순히 청와대가 하달하는 외교정책 이행에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청와대 내에서는 국가안보실과 외교안보수석실 간의 업무 분장이 여전히 명확하지 않다는 점이 숙제로 남아 있다. 국가안보실은 외교와 국방, 통일 업무를 총괄하는 컨트롤타워로 성격이 규정됐지만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표류하면서 아직도 ‘유령조직’ 신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정식 직제로 이미 공식 업무를 시작한 외교안보수석실이 불가피하게 전면에 나서는 모양새다. 하지만 국가안보실이 외교안보수석실보다 훨씬 파워가 셀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정부 당국자는 “정부조직법 개정안만 처리되면 국가안보실이 당초 계획대로 역할을 해 나가는 데 아무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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