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 보편적 무상복지 반대 소신관료 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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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3월 4일 03시 00분


■ 김동연 국무조정실장 내정자

“광우병 촛불시위 때 청와대 비서관으로 일하면서 국민과의 소통이 얼마나 중요한지 배웠습니다. 현안과 관련해서는 (국회의 정부조직 개편안 통과 지연에 따른) 국정공백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만전을 기하겠습니다.”

2일 기획재정부 제2차관에서 장관급인 국무조정실장으로 임명된 김동연 실장(사진)은 이날 경기 성남시 자택 주변의 커피숍에서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임명 소감을 밝혔다.

이번 김 실장의 임명은 이명박 정부 말 여야의 복지확대 공약에 대응해 공개적으로 재정건전성의 중요성과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에 대한 우려를 표명한 ‘소신파 관료’의 발탁이라는 점에서 새 정부의 인사 포용성 확대를 보여준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또 거시경제 정책에서 ‘성장’과 재정건전성의 중요성을 강조해온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재정부 장관 후보자, 조원동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에 이어 박 대통령이 김 실장을 임명한 것도 주목받는 부분이다.

김 실장은 재정부 차관 시절인 지난해 초 여야가 반발했던 정치권의 복지공약 소요 재원 산출 및 공개를 주도했다. 또 “재벌가 손자에게도 보육비를 줘야 하느냐”는 발언으로 보편 무상복지 논의에 제동을 걸기도 했다. 이날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김 실장은 새 정부의 복지재원 예상 규모와 관련해 “재정부가 숫자를 맞춰봤는데 (당초 박근혜 대통령이 당선인 시절 약속했던) 135조 원에서 크게 넘어서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실장은 관가에서 ‘상고(商高) 출신 성공신화’로 유명한 인물. 그는 청계천 무허가 판잣집에 살 정도로 어려운 가정형편 때문에 덕수상고를 졸업하자마자 한국신탁은행에 취직해 홀어머니와 세 동생을 부양해야 했다. 하지만 직장생활을 쉬지 않으며 야간대인 국제대학을 졸업했고 1982년 국회 사무관을 뽑는 입법고시, 같은 해에 행정고시(26회)까지 붙어 25세 때 공직생활을 시작했다. 상고·야간대라는 ‘비주류 학력’으로 경제부처 차관을 거쳐 중앙부처 장관급에 오른 건 대단히 이례적인 일이다. 공직에 입문한 뒤 그는 치밀한 업무능력을 보이며 기획예산처 재정정책기획관, 대통령실 경제금융비서관 및 국정과제비서관, 재정부 예산실장, 차관 등 재정 및 예산 분야 주요 보직을 거쳤다.

김 실장은 공식 석상에서도 “사람이 학벌을 포함한 학력(學歷)이 아니라 ‘학력(學力·공부한 실력)’으로 평가받는 시대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해왔다. 그의 특별한 이력이 이번 인선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경제부처의 한 관계자는 “김 실장은 청년들을 위해 ‘스펙초월 사회’를 만들겠다는 박 대통령의 공약에 잘 부합하는 상징적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김 실장은 휴일인 3일 1급 및 주요 국장급 간부들을 소집해 업무 현안을 파악했다.

▽김동연 내정자

△충북 음성(56) △덕수상고 △국제대 △행정고시 26회 △기획예산처 사회재정과장·재정협력과장·재정정책기획관 △대통령실 경제금융비서관·국정과제비서관 △기획재정부 예산실장 △재정부 제2차관

황진영·이상훈 기자 buddy@donga.com
#박근혜#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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