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서해에 중국 해적들이 빈번히 출몰해 북한 어민을 살해하고 선박도 빼앗고 있다는 증언이 나왔다. 2009년엔 북한 군인도 총으로 살해해 북-중 양국이 신경전을 벌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서해에서 중국과 해상무역을 하다 2년 전 탈북한 강성현(가명) 씨는 ‘북한개혁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중국 해적이 창궐하는 북한 서해 바다의 실태를 고발했다. 북한 영해에 해적이 나타나 북한 군인들까지 살해한다는 증언은 이번이 처음이다. 방송은 곧 강 씨의 심층 인터뷰 내용을 보도할 예정이다. 이 방송은 탈북자들이 운영하는 대북 라디오 방송이다.
강 씨는 “평안북도 철산반도 앞 해상이 해적들이 가장 많이 나타나는 곳으로 이들은 물건을 약탈하면서 어민을 죽이고 배를 빼앗아 달아난다”고 말했다. 중국에서 무기가 수백 달러에 불법으로 밀거래돼 해적들이 무장하는 데 어려움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적들이 북한 어선들을 빼앗는 이유는 배가 모두 중국산이어서 상당한 가격을 받고 되팔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 어민들은 중국에서 80마력짜리 중고 어선은 3만 달러(약 3250만 원), 54마력 어선은 1만5000달러 선에 사온다. 중국 해적들은 빼앗은 배를 제3국이나 심지어 북한에 다시 팔기도 한다고 강 씨는 말했다.
중국 해적이 버젓이 활개를 쳐도 북한은 이를 제압하지 못하고 있다. 노후한 북한 경비정이 해적들의 배를 추적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해적들의 배는 속칭 ‘뽀로래기’라고 불리는 5t짜리 쌍발 엔진 선박으로 알려졌다. ▼ “北어선 통신수단 없어 SOS도 못쳐” ▼
북한 당국이 탈북을 우려해 어선들의 속도 역시 경비정 속도 이하로 제한시켜 놓아 해적들이 달려들면 사실상 무방비 상태다. 대다수 북한 어선은 통신수단도 없어 해적에게 공격받아도 경비정 등에 알리는 것도 불가능하다.
강 씨는 “2009년 북한 군인들이 중국 해적을 잡았지만 상부의 승인 없이 총을 쏠 수 없어 머뭇거리다 오히려 중국인들의 총에 맞아 죽었다”며 “이후 우리 경비정에도 총을 쏘라는 방침이 내려와 상황이 조금 나아졌지 그 이전엔 많은 사람이 죽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5월 북한 군인들이 서해에서 중국 어선 3척을 나포해 어민들을 감금한 뒤 구타해 북-중 관계가 크게 악화됐던 사건은 이러한 중국 해적으로부터의 피해 의식이 북한에 깔려있었기 때문이다. 철산반도와 평북 용천군 신도 주변 바다는 북한 군부가 돈을 받고 50년간 조업권을 팔아먹어 중국 배들이 자기 바다처럼 활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어민들은 중국의 해적뿐 아니라 일반 어민에게도 적지 않은 피해를 입고 있다고 강 씨는 말했다. 북한 어선들은 잡은 생산물을 모두 중국 어선에 파는데 일부 중국 어선들이 생선 등을 넘겨받은 뒤 돈을 주지 않고 달아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는 것이다. 속도가 느린 북한 배는 쫓아가지 못하고 먼바다만 바라보고 망연자실한다는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북한의 경비정연합단속반 해양국토단속반 연합단속반 보위부단속반 등 각종 명칭을 붙인 북한 당국의 단속선들도 자국 어선을 잡아 갖은 트집의 뇌물을 받아 챙기고 있다. 서해상의 어민들은 중국과 거래하면서 물건값을 중국 화폐인 인민폐로 받는 것을 알고 꼭 인민폐로 수백 위안씩 받아간다고 한다.
이런 무법천지 속에서도 북한 어민들이 목숨을 내걸고 배를 타는 것은 바다에 가면 굶어 죽지는 않는다는 소문 때문이라고 소식통들은 전한다. 어촌으로 온 내륙 주민들은 길이 30m, 너비 15m 정도의 바지선에 최대 500명씩 타고 나가 소라나 조개를 잡기도 한다. 큰 어선은 한 번 출항하면 3∼4개월, 작은 배는 1개월 정도 바다에서 머물며 작업한다. 강 씨는 “중국에서 낡은 배를 사들여온 경우가 태반이라 침몰 사고가 빈번하다”며 “2008년 봄 서해에서 500명이 탄 소라잡이 바지선이 뒤집혀 모두 죽었고 2009년엔 지인 15명을 한꺼번에 잃었다”고 증언했다. 그는 1년에 서해에서 침몰 사고로 죽는 사람이 최소한 1000명은 넘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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