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조직법 국회처리 무산… 안보공백 우려 커진 상황서
北 ‘천안함 폭침’ 김영철 “판문점대표부 활동 중단”
朴정부 들어 최고수위 협박
북한이 5일 새 정부 출범 이후 최고 수준의 대남 협박을 쏟아냈다. 외교안보부처 장관 후보자들과 김장수 국가안보실장 내정자의 임명이 이뤄지지 않은 비정상적인 상황에서 심각한 안보 공백 사태에 대한 우려가 급증하고 있다.
북한은 이날 조선인민군 최고사령부 대변인 성명에서 “전쟁연습(한미 군사훈련)이 본격적인 단계로 넘어가는 3월 11일부터 정전협정의 효력을 전면 백지화하고 조선인민군 판문점 대표부의 활동도 전면 중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와 관련해 판문점 조미(북미) 군부전화도 차단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성명은 “적대행위에 대처해 보다 강력한 2차, 3차 대응조치를 연속 취하게 될 것”이라며 “우리 군대와 인민은 빈말을 모른다. 미국과 남조선 괴뢰들은 우리의 경고를 무심히 대하지 말아야 한다”고 위협했다.
북한은 1994년 외교부(현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6차례 이상 정전협정 무효화를 언급해 왔다. 그러나 이번 정전협정 백지화 주장은 그 후속조치가 구체적이고 어느 때보다 단정적인 표현을 쓴 것이 특징이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이 정전협정을 문제 삼아 키리졸브·독수리 연습의 근거가 되는 한미동맹을 무력화하고,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합의 도출 임박 시점에 맞춰 불안감을 고조하려는 계산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특히 이날 성명은 이례적으로 김영철 인민군 정찰총국장이 직접 조선중앙TV에 나와서 발표했다. 정찰총국장은 대남 공작 및 무력도발을 담당하는 직책이다. 2010년의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도 김영철의 소행으로 알려져 있다. 국책 연구기관 관계자는 “김영철이 북한 주민들이 보는 TV에 직접 나온 점을 고려할 때 도발 위협이 실제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결연함을 보여주려는 의도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인민군 최고사령부 대변인이 김영철이라는 점도 이날 처음 드러났다. 그동안 대변인 성명은 조선중앙TV 아나운서가 대독해 왔다.
이처럼 북한이 지난달 3차 핵실험에 이어 추가 도발 위협을 현실화하고 있지만 이에 대처해야 할 정부는 여전히 정상 가동이 안 되고 있는 상태다. 정부조직법 개정안은 끝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한 채 2월 임시국회가 5일 종료됐다. 이날 2월 임시국회 마지막 본회의가 열렸지만, 여야의 막판 협상마저 결렬되면서 국회에 제출된 지 35일을 넘긴 정부조직법 개정안은 본회의에 상정조차 되지 못했다.
새누리당이 정부조직법 개정안 처리를 위해 3월 임시국회를 단독 소집함에 따라 8일부터 3월 임시국회가 열린다. 출범 9일째를 맞은 박근혜 정부의 국정 공백 상태는 언제 해소될지 예측조차 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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