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북핵 해결 주도에 피로감 “이젠 한국이 좀 나섰으면…”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3월 11일 03시 00분


2월 북한의 3차 핵실험 이후 미국 워싱턴 정가에는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미국의 주도적 역할에 대한 회의론과 패배주의가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당국자와 전문가를 막론하고 ‘미국은 이제 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다. 이젠 한국이 좀 나서야 할 때’라는 똑같은 말을 되뇌고 있어 한국 측 인사들을 당황스럽게 하고 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미 행정부 당국자들은 지난해 12월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와 지난달 3차 핵실험 이후 ‘굳건한 한미공조’를 외치며 강력한 응징을 다짐하고 있다. 하지만 공개적인 ‘립 서비스’와 물밑으로 전해지는 기류는 상당히 다르다는 게 미국 주재 한국 인사들의 지적이다.

대화든 압박이든 미국이 주도적으로 나설 채비를 하고 있을 것이라는 한국 측의 기대와는 달리 ‘한국이 뭐라도 좀 해보라’며 등을 떠미는 기류가 암암리에 한국 측에 전달되고 있는 것. 지난해 2·29합의(북한의 핵과 미사일 발사 실험 중단 등을 대가로 미국이 식량을 지원)와 두 차례 이상의 평양 비밀 특사 파견 이후 모두 북한에 뒤통수를 맞았다는 것이 미국 측이 내세우는 직접적인 이유다. 글린 데이비스 미국 대북정책 특별대표는 7일 상원 외교위원회 청문회에 나와 북한의 배신행위를 강력하게 비난했다.

미 국무부 한국과장 출신 데이비드 스트라우브 부소장은 3일 한국 워싱턴 특파원단을 만나 “미국은 지쳤고 지금 북한에 손을 내밀 수가 없다”며 “미국은 핵보다 북한의 대남 군사 도발로 인한 한반도의 국지전 발발 상황을 우려하고 있으며 이를 막기 위해서라도 한국이 나서서 북한과 국제사회의 대화를 촉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부 당국자도 “미국은 북핵 문제와 관련해 피로감이 쌓여있는 반면 한국은 새 정부가 출범하니까 이를 계기로 우리가 뭔가를 먼저 시도해주기를 바라는 분위기는 있다”며 “그러나 유엔 제재 국면이 본격화돼 북한이 전쟁 위협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 역시 북한과의 대화에 나서기가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미국의 ‘한국 등 떠밀기’는 자칫 한미 동맹 내부에 대북정책 주도권이 표류할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7일 상원 청문회에 나온 로버트 조지프 전 미 국무부 차관은 “대화건 압박이건 미국이 주도해야 한다. 미국이 리더십을 보여주지 않을 경우 북한은 물론이고 이란도 핵개발로 주변국과 미국을 위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권한 없는 의회만 북한을 향해 목소리를 높이는 형국이다. 미국 하원 군사위원회 소속 공화당 의원 7명은 8일 오바마 대통령에게 서한을 보내 “더이상 핵무장한 북한의 위협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며 “우리는 북한 정권 및 그들의 탄도미사일·핵무기 개발프로그램과 관련해 행정부의 국방·안보 태세를 재검토(reassess)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워싱턴=신석호 특파원·이정은 기자 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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