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장 물갈이 예고… 잡음 없애려면 ‘3원칙’ 지켜야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3월 13일 03시 00분


① 논공행상式 나눠먹기 말라
② 공모제 하려면 제대로 해야
③ 지역-학교 편중인사 안된다

새 정부의 ‘공공기관 인사 원칙’과 관련한 11일 박근혜 대통령의 발언으로 공직 사회가 크게 술렁이고 있다. 기관마다 대통령의 진의가 무엇인지, 전날 언급한 ‘국정철학’의 방점이 어디에 찍혀 있는지 파악하느라 분주해졌다.

지금까지 박 대통령이 밝힌 공공기관 인사 원칙은 “낙하산을 없애겠다”, “새 정부의 국정철학과 맞아야 한다” 등 크게 두 가지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낙하산 인사 안 한다고 해서 안심했더니 갑자기 대폭 물갈이를 암시하는 듯한 말이 나와 참뜻이 뭔지 종잡을 수가 없다”는 반응도 나온다.

지식경제부 산하의 한 공공기관 관계자는 “대통령이 구체적인 기준을 밝히지 않고 일반론만 내놓아 더 혼란스럽다”며 “물갈이 대상이 현직 공공기관장 전부인지, 잔여 임기 1년 이하 기관장인지 알 수 없어 답답하다”고 말했다.

문화예술계는 특히 당혹스러워하는 분위기다. 박 대통령 발언 직후 유진룡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편 가르기를 할 때가 아니다. 문화예술계 산하 단체장 임기는 원칙적으로 보장한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유 장관의 발언은 “전임 정부 기관장 그대로 임기를 보장한다는 것은 인사 원칙과 배치된다”는 청와대의 배경 설명과도 엇갈리는 뉘앙스다.

정부 안팎에서는 차관 및 외청장 인사가 이번 주로 마무리되는 만큼 청와대와 내각이 곧 공공기관장 인사의 가이드라인을 구체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앞으로 서너 달 사이 현 기관장 임기가 만료되는 10여 곳의 기관은 후임 기관장 인선 작업을 서둘러 시작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명박 정부 임기 말 낙하산 논란을 빚은 기관장들의 운명도 관심거리다. 한 공기업 사장은 “얼마 전부터 일부 기관장 사이에서 ‘청와대가 본보기로 먼저 한두 명을 자를 것’이라는 얘기가 돌고 있다”며 “시범 케이스가 누가 될지 숨죽여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공공정책 및 정치·행정학 전문가들은 박근혜 정부가 정권마다 반복되는 공공기관 인사 파행을 막기 위해서는 ‘이것만은 지키겠다, 또는 바꾸겠다’는 신념을 갖고 시스템 개혁을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들의 제언을 요약하면 새 기관장을 임명할 때 △논공행상(論功行賞)은 안 된다(전문성을 제1원칙으로 삼아라) △공공기관 공모제, 하려면 제대로 해라 △특정 지역, 학교 편중 인사는 안 된다 등 세 가지 원칙을 지키라는 것.

또 이전 정부에서 임명된 기관장 중 경영 성과가 나쁘거나, 자격 미달인 경우를 제외하면 ‘보복성 물갈이’를 지양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낙하산을 제거하려다가 또 다른 낙하산을 심는 오류를 저지를 수 있다는 뜻이다.

곽채기 동국대 교수(행정학)는 “낙하산 여부는 인사권자와 국민이 생각하는 기준이 서로 다른 만큼 이번 기회에 원칙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이뤄야 한다”며 “공모제 파행과 관련해서는 인사 자격 조건을 사전에 공개하고 원칙을 준수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재동·박창규·김윤종 기자 jarrett@donga.com
#공공기관장#인사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2

추천 많은 댓글

  • 2013-03-13 09:20:45

    차지하겠다는 것인가? 언론들 정신차리세요. 능력있는 사람이 같은 지역 같은 학교 출신 숫자가 많다는 이유로 기회를 얻지 못하는 것은 국가적 자원 낭비이다. 지역 학교를 강조하는 것은 누가 맡든지 그놈이 그놈이라는 전제가깔린 것은 아닌지? 그렇게 인재가 없다고 보는가?

  • 2013-03-13 09:16:41

    언론은 언제부턴가 출신지역과 출신학교의 분배를 강조하고 있다. 이나라 국민이면 됐지 그 이상 무슨조건이 필요한가? 그러니까 지역주의가 더 기성을 부리고 있는 것이 아닌가? 능력이 출중하다면 어느지역 어느대학출신이 뭐가 중요한가? 그렇게 해서 능력이 모자란 데도 한자리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