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튼 뒤 정치]김무성-유승민-최경환 지난달 회동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3월 21일 03시 00분


곡절 많았지만 원조는 원조? 친박 3인 “다시보니 참 좋네”

김무성 유승민 최경환.

이들은 친박(친박근혜) 진영의 대표적 정치인이지만 ‘3인 3색’이다. 지난해 총선 대선을 치르는 동안 한 번도 함께 만난 적이 없었다고 한다. 서로 ‘불가근불가원(不可近不可遠)’의 관계를 이어온 이들이 지난달 중순 서울 여의도에서 함께 식사자리를 가진 사실이 뒤늦게 전해졌다.

최경환 의원은 20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대선 승리 후 두 사람 다 보고 싶어서 연락했다”고 했다. 유승민 의원도 “최 의원에게서 연락이 왔다. 김무성 전 의원을 본 지도 하도 오래돼서 만났다. 반가웠다”고 말했다. 이들은 이 자리에서 박근혜 정권 탄생을 축하하는 동시에 인선 잡음과 불통 논란에 대해 걱정하는 이야기도 나눴다고 한다.

세 사람은 2007년 대선 경선 때 박근혜 캠프의 핵심이었던 ‘원조 친박’이다. 김 전 의원과 유 의원은 2005년 1월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대표의 사무총장과 비서실장으로 임명돼 호흡을 맞추다 이듬해 초창기 대선 경선 준비 멤버로 함께 일했다. 유 의원과 최 의원은 미국 위스콘신대 동문으로 2002년 이회창 당시 한나라당 대선후보 캠프에서 함께 일했다. 2007년 박근혜 대선 경선 캠프에서 김 전 의원은 조직을, 유 의원은 정책과 메시지를, 최 의원은 종합상황실을 책임졌다.

그랬던 이들은 2008년 18대 국회 들어 서서히 멀어져 갔다. 김 전 의원은 2009년부터 ‘탈박(脫朴)’의 길을 걸었고, 유 의원도 박 대통령과 서서히 멀어져 갔다. 그사이 최 의원은 최측근으로 떠올랐다. 유 의원은 최 의원의 보좌 방식에 불만을 터뜨리며 두 사람 간에는 긴장의 기운이 흘렀다. 최 의원은 점점 대통령과 멀어지는 김 전 의원을 잡으려 설득했지만 어려움을 겪었다. 세 사람이 서로 당내 맹주 자리를 두고 갈등을 빚고 있다는 소문도 났다.

대선 이후 세 사람의 회동이 관심을 끄는 건 이들이 당내에서 일정 세력을 형성하고 있고, 이들이 힘을 합칠 경우 당에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 전 의원은 지난해 총괄선대본부장을 맡아 대선을 이끌며 영향력을 증명했다. 친박뿐만 아니라 범친이(친이명박)계 의원들과도 원만한 사이여서 4월 보궐선거에서 원내 입성에 성공할 경우 차기 당대표 1순위 후보로 꼽힌다. 최 의원은 명실상부한 친박 주류의 대표 주자로 5월 예정된 원내대표 선거에서 유력한 후보로 거론된다. 유 의원은 친박 비주류 의원 및 소장파 개혁 세력과 가깝다.

세 사람은 강점 못지않게 약점도 뚜렷하다는 평을 듣는다. 청와대와 친박 핵심 인사들 중 김 전 의원의 역할 확대를 껄끄러워하는 이들이 여전히 남아 있다. 최 의원은 친박, 친청와대 색채가 강하다. 유 의원은 아직 독자 세력을 대표할 만큼 세력이 크지 않다.

뭉치면 힘이 커지고 서로가 보완재인 이들은 회동에서 서로의 정치적 행보에 대한 양해를 구했을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원조 친박’이지만 지금은 대표하는 진영이 조금씩 다른 세 사람. 이들의 역학관계는 19대 국회 내내 여권 내 세력 판도 변화의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정치#김무성#유승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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