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여야는 국회 본회의를 열어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통과시키기로 했지만 결국 무산되면서 본회의장이 텅 비어 있다. 이날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에서 지상파 허가권 등을 놓고 여야가 충돌하면서 정부조직법 개정안 통과가 또 미뤄졌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여야가 정부조직법 개정안 처리를 약속한 20일 또다시 충돌했다. 47일간이나 대치한 끝에 가까스로 합의(17일)에 이른 지 3일 만이다. 막판까지 여야가 대립했던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와 지상파 방송 허가권을 둘러싼 원내대표 합의문의 해석 문제가 이유가 됐다. 명쾌하게 매듭짓지 않고 시간에 쫓겨 합의문 서명에 급급했던 여야 원내대표단의 졸속이 부른 예고된 마찰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정치 전문가들은 “정치권이 국민의 인내심을 테스트하는 것 같다”며 “여야는 몽니 정치를 중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여야는 당초 이날 오후 2시 본회의를 열고 정부조직법 개정안과 관련 법안 39개를 일괄 처리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가 SO 변경 허가권의 합의문 해석과 지상파 방송 무선국 허가의 소관 부처를 어디로 할 것인지를 놓고 이틀째 접점을 찾지 못했다.
새누리당은 “미래창조과학부가 SO의 허가·재허가만 방통위의 사전 동의를 받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 반면 민주당은 “변경 허가권도 방통위의 사전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맞섰다. 변경 허가권이란 SO의 합병이나 분할, 방송 분야 및 구역 변경, 개인 SO의 법인 SO로의 전환 등에 대한 허가권을 뜻한다.
논쟁의 발단은 17일 작성된 여야 합의문이었다. 합의문은 “SO 등 뉴미디어 관련 사업 등을 허가·재허가하는 경우와 관련 법령의 제정·개정 시 방통위의 사전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돼 있다.
새누리당 김기현 원내수석부대표는 최고위원·중진 회의에서 “허가·재허가는 SO 사업 존폐에 관한 중차대한 문제라서 미래부 장관의 결정 전 방통위의 동의를 받도록 했지만 변경 허가의 경우 덜 중차대한 사안이라 제외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민주당 우원식 원내수석부대표는 비대위 회의에서 “새누리당의 주장은 여야 합의 정신에 위배되는 것”이라며 “허가·재허가의 의미에는 ‘변경허가’까지 당연히 포함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합의문 문구 그대로 해석을 하느냐, 아니면 합의문을 토대로 확대해석을 하느냐를 놓고 합의문 잉크도 마르기 전에 공방을 주고받은 셈이다. 여야는 지상파 방송 무선국의 관할과 관련해서도 각각 미래부(새누리당) 방통위(민주당) 소관으로 해야 한다고 대립했다.
오후 2시로 예정됐던 본회의는 오후 4시, 6시로 두 차례 연기되다 결국 무산됐다. 일각에선 21일 본회의 처리도 물 건너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3월 임시국회 회기는 22일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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