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트맨007이 해킹했다” 북한 인권 상황을 고발하는 미국 내 시민단체 ‘북한인권위원회’ 홈페이지가 해킹당한 모습. 로버타 코언 공동의장의 사진이 있던 자리에 정체를 알 수 없는 대머리 서양인의 사진과 ‘히트맨007이 해킹했다’는 문구가 떠 있다. 북한인권위원회 제공
20일(현지 시간) 오전 5시 반, 밤사이 온 e메일을 확인하려 컴퓨터를 켠 미국 북한인권위원회(HRNK) 그레그 스칼라튜 사무총장은 깜짝 놀랐다. 북한 인권상황을 고발하는 미국 내 순수 비정부기구(NGO)인 위원회의 인터넷 홈페이지(www.hrnk.org) 메인 페이지에 배치한 북한 청진 정치범수용소 위성사진 자리에 ‘Hitman 007-Kingdom of Moroco’라는 글자가 떠 있었기 때문이다.
‘드디어 올 것이 왔구나.’ 평소 북한의 사이버 테러 가능성에 늘 불안했던 그는 서둘러 홈페이지 곳곳을 확인했다. 소개 출판물 행사 등 핵심 코너들의 자료가 모두 삭제된 상태였다. 이사회 소개 코너의 로버타 코언 공동의장(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여) 자리에는 검은 양복에 붉은 넥타이를 맨 대머리 서양인 사진과 메인 화면의 영문이 떠 있었다.
한국 시간은 같은 날 오후 6시 반. 그는 한국 뉴스 포털을 클릭해 KBS, MBC 등 언론사와 신한은행 등이 사이버테러를 당한 사실을 파악하고는 모든 것이 북한의 소행이라는 생각이 굳어졌다. 그는 오후 3시 반 사무실을 방문한 기자에게 “한국과 비슷한 시간에 미국에서 유사한 공격을 당한 단체는 우리밖에 없다”며 “우리는 북한 인권 문제를 비판하고 고발하는 단체이기 때문에 누군가 의도적으로 공격했다면 북한일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서둘러 워싱턴 시내 사무실로 출근한 그는 홈페이지 관리자를 불러 복구를 시작했다. 다행히 미리 저장해 둔 백업파일들을 살려 홈페이지를 복구했다. 하지만 인코딩(문자나 기호 등을 컴퓨터에 저장하거나 통신에 사용할 목적으로 부호화하는 것)을 다시 하고 암호 등을 바꾸느라 직원들은 하루 종일 인터넷을 사용하지 못했다.
그는 “최근 의심스러운 징후가 있었다”고 말했다. 스페인 언론사 기자라고 밝힌 사람이 수상한 e메일을 보내 인터뷰를 요청했다. 스페인 기자를 사칭한 듯했다. 미국 뉴욕대(NYU)에 다니는 중국 학생이라고 밝힌 이는 설문조사에 응해 달라며 의심스러운 문서가 첨부된 e메일을 보내왔다. 그는 유선 전화로 하라는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
스칼라튜 사무총장은 북한의 짓이라면 두 가지 일에 대한 보복일 것이라고 추정했다. HRNK는 유엔 인권이사회 안에 북한인권조사기구를 설치해야 한다고 2006년부터 주장해 왔다. 지난해 12월과 지난달에는 북한 정치범 수용호 22호와 25호의 실상을 파헤친 보고서를 발표해 세계 언론과 북한 인권 운동 단체들의 주목을 받았다.
그는 “해커들이 어떤 자료를 훔쳐갔고 IP 주소가 무엇인지 추적하고 있다”며 “복구에 돈과 시간이 들겠지만 더 걱정스러운 것은 사무실 직원들이 불안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곳에 연수차 와 있는 탈북자 출신 현인애 NK지식인연대 부대표(여)는 북한의 추가적인 공격에 철저하게 대비해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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