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고문-영유아 굶주림 단죄 나선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3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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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인권이사회 ‘북한인권조사기구’ 설치… 6월부터 본격 활동

핵실험을 비롯한 잇단 도발 위협을 이어가는 북한을 향해 국제사회가 대북 제재에 이어 보편적 가치인 인권이란 또 다른 칼을 빼들었다.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리고 있는 유엔인권이사회는 22일(현지 시간 21일) 유엔 북한 인권조사기구(COI) 설립 내용이 포함된 결의안을 처리한다. 결의안은 47개 이사국의 압도적 지지로 통과될 것이 확실시된다. 이는 북한의 김정은 지도부를 정면으로 겨냥해 이들의 아킬레스건인 인권유린 문제를 제기하고 단죄하겠다는 국제사회의 강한 의지가 반영된 결과다.

○ 북한 인권 문제의 새로운 국면

외교통상부 고위당국자는 21일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인식이 과거와는 달라졌다”며 “COI 설립은 북한 인권 문제 대응이 앞으로 완전히 새로운 차원에서 전개될 것임을 알리는 신호탄”이라고 밝혔다. 이 당국자는 “북한 인권 문제 대응은 정부가 ‘헬싱키 프로세스’를 바탕으로 공약한 ‘서울 프로세스’를 진행해나가는 데에도 핵심 축의 하나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헬싱키 프로세스는 냉전 당시 미국과 유럽 국가들이 옛 소련을 비롯한 동유럽권의 인권 문제를 경제·안보 분야와 연계해 민주화를 이끌어낸 다자협력의 틀이다.

또 다른 외교부 당국자는 “북한이 COI의 조사를 거부하면 북한의 인권침해 의혹이 결국 유죄로 인정될 것”이라며 “이렇게 되면 김정은을 비롯한 책임자를 국제형사재판소(ICC) 법정에 세울 길이 열린다”고 말했다.

유엔의 COI는 지금까지 리비아 시리아 코트디부아르 등 내전이나 유혈충돌로 대량학살, 집단성폭행 등 심각한 반인권범죄가 발생한 나라들에 대해 구성돼 왔다. 내전이나 유혈충돌이 보고되지 않은 북한에 대해 유엔이 COI 설립을 결정하는 것은 국제사회가 북한 인권 문제를 그만큼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의미다.

9개 유형으로 분류된 북한 COI의 조사 대상에는 정치범수용소 등에서 벌어지는 고문과 인신구속, 외국인 납치, 생명권 침해 등이 포함돼 있다. 특히 주목되는 조사 대상은 식량권 침해이다. 영유아 등 취약계층의 굶주림을 인권의 문제로 보고 구호가 아닌 조사와 처벌 차원에서 접근하겠다는 것이다.

○ COI 지원할 국내 실무그룹 구성해야

북한 COI의 조사위원에는 마르주키 다루스만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이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3명의 조사위원 중 나머지 2명에는 남미와 아프리카 출신 인사가 거론된다. 최근 제네바를 방문해 유엔인권이사회 회의를 참관한 새누리당 하태경 의원은 “조사위원들이 적어도 전직 외교장관 수준 이상의 고위 인사가 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고 전했다. 조사위원들은 유엔의 예산을 지원받고 10여 명의 실무 인력도 배정받는다.

COI의 활동 기간은 1년이지만 사안의 비중에 따라 연장이 가능하다. 두 달가량의 실무준비를 거쳐 6월부터는 본격적으로 조사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조사팀은 한국 중국 일본과 탈북자들이 거쳐 가는 태국 라오스 몽골 베트남 등을 방문해 조사를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윤여상 북한인권기록보존소장은 “북한 인권유린 실태에 대해 이미 상당한 증언과 데이터베이스가 축적돼 있기 때문에 북한에 대한 현장 방문이 어렵더라도 꽤 체계적인 조사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북한인권단체들은 COI의 활동을 지원할 국내 워킹(실무)그룹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외교부 측은 “유엔이 공식 요청을 하면 이에 따라 워킹그룹 구성 문제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유엔#북한인권조사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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