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방송 전산망 사이버 테러]北의 타깃은 南 통신-교통-에너지 3망?

원전 시스템 등 사이버테러… 저비용 고효율 도발 전술
키리졸브 훈련 21일 종료

‘3·20 사이버테러’를 계기로 북한이 통신망·교통망·에너지망 등 3대 국가기간시설망에 대한 테러를 자행해 한국사회의 혼란을 유발시킬 것이란 우려가 정부 안팎에서 커지고 있다.

신범철 한국국방연구원 북한군사연구실장은 21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한국이 도발 즉시 응징을 공언한 상황에서 북한이 천안함 폭침이나 연평도 포격 같은 이른바 ‘충돌형 도발’을 일으키기는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신 실장은 “간첩이나 공작원을 이용한 도심 테러 역시 북한의 소행이란 구체적인 증거(hard evidence)가 남기 때문에 3대 기간망에 대한 ‘비충돌형 도발’인 사이버테러를 시도할 개연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그 대표적 가능성으로 원자력발전소에 대한 대규모 디도스(DDoS·분산서비스 거부) 사이버테러를 들 수 있다. 이를 통해 원전 통제를 마비시킨 후 약화된 방화벽으로 악성코드를 침투시키면 원전 안전시스템을 고장 내 방사능이 누출되는 대규모 사고로 이어지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할 수 있는 것이다. 핵무기를 쓰지 않더라도 핵무기를 쓴 것과 같은 효과를 거둘 수 있는 셈이다. 임종인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장은 “사이버테러는 북한이 자신이 도발했다는 암시를 주며 한국 정부를 압박하면서도 책임 소재를 따질 때는 쉽게 발뺌을 할 수 있어 ‘저비용 고효율’의 도발 방식”이라고 말했다. 군 관계자는 “북한이 종북 세력을 통해 ‘한국 정부가 무능한 것이 더 문제’라는 비난 여론을 형성시켜 남남갈등을 조장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북한은 이날 조선중앙방송을 통해 오전 9시 32분경부터 약 1시간 공습경보를 발령해 전시(戰時) 분위기를 조성했다.

이에 한국 군 당국은 이날 한미 연합군사연습인 키리졸브(KR)가 종료되면서 북한의 국지도발 가능성은 오히려 더 높아질 수 있다고 보고 대북 경계태세를 강화했다. 정부는 국무회의에서 ‘북한군의 해상 침투나 도발에 즉시 대응할 수 있도록 함대사령관에게도 통합방위사태 선포를 건의할 수 있는 권한이 부여된다’는 내용의 통합방위법 개정안 공포안을 심의·의결했다.

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