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의 조직개편과 공직 인사가 지연되면서 회의를 주재할 간부가 없어 부처 간의 주요 회의를 못 여는 일이 벌어졌다. ‘식물정부’ 현상이 장기화하면서 정부의 민생 현안 대처에 차질을 빚을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는 것.
21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22일 열 예정이던 물가관계부처회의를 취소하기로 했다. 재정부 관계자는 “각 부처의 안건은 모두 준비돼 있지만 물가를 담당하는 장차관과 주요 간부 자리가 모두 공석(空席)이어서 회의를 열 수 없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 회의는 재정부와 공정거래위원회, 농림수산식품부, 지식경제부 등 10여 개 부처와 외청의 고위 당국자들이 1주일에 한 번씩 모여 물가동향과 정부 대책을 논하는 자리다.
원래는 장관급 회의였지만 새 정부 출범으로 주무부처인 재정부의 장관이 사실상 공석이 되면서 차관급 회의로 대신 열렸다.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 일성(一聲)으로 물가관리를 강조하면서 다른 정부부처 간 회의가 모두 보류되는 와중에도 그나마 유일하게 명맥을 유지하던 회의였다.
하지만 그동안 회의를 주재하던 신제윤 재정부 차관(금융위원장 내정자)이 21일 이임식을 하면서 재정부를 떠났다. 또 직속 후임관료들인 주형환 전 차관보, 이찬우 민생경제정책관도 각각 청와대와 현오석 부총리 후보자의 비서진으로 옮기며 재정부 내에서 회의를 주재할 사람이 전혀 남지 않은 상황이 됐다.
정부 당국자는 “물가는 하루하루 대응을 해야 되는 급박한 정책과제”라며 “정부가 물가관리에 매진한다는 신호를 시장에 보내지 못 한다는 것 자체가 큰 문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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