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창중 대변인, 경호상 비밀인 대통령 외부일정 낱낱이 공개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3월 23일 03시 00분


“26일 천안함 추모식 참석” 브리핑
기자들, 문제 제기하자 “써도 된다”… 발칵 뒤집힌 경호실, 비서실장에 항의

경호 목적상 공개되지 않아야 할 대통령의 외부 일정을 청와대 대변인이 공개해 논란이 되고 있다.

윤창중 청와대 대변인은 22일 춘추관에서 브리핑을 갖고 “박근혜 대통령은 26일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열리는 천안함 폭침 3주기 추모식 행사에 참석해 천안함 피격으로 전사한 46명의 해군 용사와 수색 중 전사한 한주호 준위의 희생정신을 기리고 유가족을 위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대통령의 외부 일정은 경호 목적상 행사가 끝나기 전까지 포괄적인 엠바고(보도유예) 대상이다. 하지만 윤 대변인은 브리핑이 끝난 뒤 기자들이 “대통령의 외부 일정인데 써도 되느냐”고 묻자 “내 말을 못 믿느냐. 써도 된다”고 재확인했다.

이 소식이 언론을 통해 보도된 뒤 다음 주 경호 계획을 짜던 대통령경호실은 발칵 뒤집혔다. 박흥렬 경호실장은 윤 대변인이 대통령의 외부 일정을 공개한 것이 부적절했다고 판단하고 허태열 비서실장에게 유감의 뜻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박 실장이 윤 대변인의 발언 때문에 경호 업무에 지장을 받게 됐다고 말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일정을 공개하기로 결정한 사람은 주철기 대통령외교안보수석비서관과 윤 대변인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병관 국방부 장관 후보자가 사퇴했지만 대통령이 안보를 꼼꼼히 챙기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윤 대변인은 “필요한 경우 특정 사안에 대해서는 대변인이 엠바고를 해제할 권한이 있다”며 “이번 경우는 국민들에게 알려야겠다는 차원에서 미리 발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호실은 박 대통령의 26일 국립대전현충원 방문이 이미 언론을 통해 보도된 만큼 그에 맞춰 인력을 보강하는 등 경호조치를 강화할 방침이다.

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

[채널A 영상]윤창중, 외부 행사 일정 발표…대통령 경호 내부서 ‘구멍’
#대통령 외부일정#윤창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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