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외교부와 통일부의 합동 업무보고는 북한의 도발에 대한 억제력을 바탕으로 하되 인도적 지원과 대화를 통해 향후 남북관계를 풀어나가는 ‘강화된 투트랙’ 접근에 초점이 맞춰졌다.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끌어낼 수 있을 정도의 신뢰 구축이 중요하다는 점에서 전향적인 대북정책에 방점이 더 찍히는 분위기였다.
○ 점진적-적극적인 남북관계 시도
통일부는 이날 박근혜 대통령에게 보고한 9가지 중점과제 중 ‘인도적 문제의 실질적 해결’을 1순위로 앞세웠다. 이어 △당국 간 대화 △호혜적 교류협력 △개성공단 국제화 등 북한에 손을 내밀어 참여를 끌어낼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들을 제시했다. 북한의 도발 위협이 이어지는 상황에서도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의 초기 단계 공약들을 이행해 남북관계의 돌파구를 찾겠다는 의지가 담긴 부분이다.
류길재 통일부 장관은 업무보고 후 서울 도렴동 통일부 청사에서 가진 내외신 기자회견에서 “남북관계 변화를 위한 노력을, 상황에 구속돼서 수동적으로 하겠다는 것이 아니다”며 적극적 의지를 보였다. 그는 “(북한의) 취약계층과 영유아 지원은 상황에 무관하게 하겠다는 점을 일관되게 설명해왔다”고 강조했다. 남북대화와 관련해서도 “이산가족 문제와 마찬가지로 적절한 시기에 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사회, 문화 교류 차원의 방북 신청도 허용할 의사를 내비쳤다.
정부 주변에서는 이런 통일부의 업무계획이 북한의 도발 위협이나 핵개발 문제를 도외시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했다. 이를 의식한 듯 류 장관은 “남북관계 진전을 통해 북핵문제 해결에 기여할 수 있다”며 “남북대화에서 북핵문제도 다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북핵불용’ 원칙을 강조하며 “정부가 추진하려는 원칙은 행동으로 보여주겠다”고 했다.
○ 통일-외교부의 유기적 협력 가능할까
외교부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결의 2094호의 충실한 이행과 이를 위한 국제공조, 6자회담 참가국들과의 협의 계획을 보고했다. 통일부와 달리 대북제재 및 이를 통한 강력한 대북억제력의 확보 방안에 무게가 실렸다.
외교부의 업무보고에는 ‘서울 프로세스’의 근간이 될 동북아 평화협력 구상, 한미동맹 강화와 한중 관계의 발전, 유라시아 협력 확대 등 북핵문제의 해결 자체보다는 폭넓은 차원에서 이에 도움이 될 내용들이 담겼다. 일자리 창출을 위한 공공외교나 국민이 행복한 영사서비스 강화 같은 ‘말랑말랑한’ 정책도 많았다. 비핵화가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의 마지막 3단계에 놓여 있다 보니 현 시점에서는 외교부가 주도적으로 나설 대북 관련 정책이 마땅치 않음을 시사하는 부분이다.
외교부 고위당국자는 “한반도 프로세스는 통일부가 주무부서”라며 “우리는 동북아 평화 및 협력 프로세스를 맡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이 고위당국자는 “비핵화 논의는 멈춰 서 있지 않고 멈출 수도 없다”며 외교부 내의 물밑 움직임이 계속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날 외교안보 분야 업무보고는 그 내용 못지않게 ‘외교부와 통일부의 첫 합동 보고’라는 형식에 정부 안팎의 관심이 쏠렸다. 부처 간 협업을 강화하라는 취지에서 박 대통령이 합동보고를 직접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대북정책의 주도권을 놓고 신경전을 벌여왔던 두 부처가 앞으로 어떻게 협업하며 시너지 효과를 낼지에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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