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기구로부터 제재와 비난만 받아온 북한이 명분 쌓기 수단으로 국제기구를 활용하는 외교적 역공을 폈다. 북한 외무성은 26일 “위임에 따라 미국과 남조선 괴뢰들의 핵전쟁 도발책동으로 조선(한)반도에 일촉즉발의 핵전쟁 상황이 조성되었음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공개 통고한다”고 밝혔다. 그동안 북한은 유엔 안보리를 ‘미국의 꼭두각시’라고 폄하해 온 만큼 이 통보는 이례적이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 김정은 체제가 ‘정상국가’로 보이기 위해 국제 여론을 활용하고 있다”며 “한편으로 유엔을 비난하면서도 자신의 목적과 맞을 때는 유엔을 활용하기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통보도 최근 위기고조의 책임을 한미로 돌리면서 향후 도발에 대비해 명분을 미리 유엔에 기록해두기 위한 목적이라는 분석이다.
이에 앞서 8일 북한은 안보리에 ‘지난 8년간 안보리가 미국의 사촉(지시)하에 대북 제재결의를 5차례나 조작해냈다’는 외무성 성명을 공식문서로 등록시켰다. 2월에는 지난해 12월 발사한 ‘광명성 3호 2호기’를 인공위성으로 등록하는 문건을 유엔에 제출한 뒤 “국제법에 따라 합법적으로 조선(북한)의 위성등록사업이 완결됐다”고 홍보하기도 했다. 21일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의 설치를 뼈대로 하는 인권결의안이 채택됐을 때도 북한은 발언권을 신청해 자신들의 주장을 기록으로 남겼다. 당시 옵서버(참관자)로 참석 중이던 제네바 주재 서세평 북한 대사는 “이 결의는 북한의 이미지를 훼손하기 위한 정치적인 목적이 들어 있어서 받아들일 수 없다. 우리나라에 인권문제란 없다”고 말했다.
북한 외무성은 박의춘 외무상이 공식적으로 이끌고 있지만 이런 전술적 움직임은 강석주 부총리가 총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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