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정부 한달 평가]安→朴 지지 바꿨던 유권자들 “대통령 되고나니 귀 막아”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3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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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문재인-안철수 지지자 대선이후 첫 심층면접 조사

지난해 10월 말 실시한 동아일보의 대선 심층 인지면접 1차 조사 때 경북 포항시의 황모 씨(46)는 “정치를 잘 아는 후보가 안정적으로 국정을 이끌 것”이라며 박근혜 후보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문재인 전 민주통합당 대선후보와 안철수 전 서울대 교수가 단일화한 뒤인 지난해 12월 초 3차 조사에서도 황 씨는 “이럴 때일수록 보수가 힘을 모아야 한다”며 박 후보를 지지했다.

그랬던 황 씨가 이번 4차 조사에선 박근혜 대통령의 소통에 문제가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정치 고수’의 실력을 발휘해 갈등을 노련하게 해결할 거라 기대했는데 정치권조차 설득하지 못하면서 매사 자신의 뜻대로 밀어붙이는 모습에 실망했다”고 말했다.

○ “국민 모두에게 귀 열어야”

동아일보가 새 정부 출범 한 달을 맞아 지난 대선에서 박 대통령, 문 전 후보, 안 전 교수를 지지했던 응답자 2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4차 조사 결과 박 대통령의 소통을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은 걱정이 가득했다. 1∼3차 조사에서 굳건히 박 대통령을 지지했던 응답자의 절반가량이 ‘소통의 문제’를 지적했다. “소통에 문제가 없다”고 한 박 대통령 지지자는 9명뿐이었다.

특히 지지자들은 정부조직법 개정안 처리 과정에서 보여준 박 대통령의 리더십에 불만을 토로했다. 이전 조사 때 “카리스마와 온화함을 갖춘 여성 후보”라는 점을 꼽으며 그를 지지했던 경기 남양주시의 김모 씨(41·여)는 이번 조사에서 “세상이 바뀌었는데 아직도 아버지(박정희 전 대통령)처럼 일방적인 자세다. 그런 자세로는 국민통합을 이끌 수 없다”고 했다. 박 대통령에게 투표했다는 경기 성남시의 유모 씨(47·여)는 “‘내 뜻을 따르라’고만 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며 “80%는 소신껏 일하더라도 20%는 주변의 말을 들어야 균형 잡힌 국정운영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1차 조사에서 안 전 교수를 지지했다가 단일화 이후 “야권 후보의 구태 정치에 실망을 느꼈다”며 박 대통령에게 투표했다는 대구 수성구의 유모 씨(41·여)는 “박 대통령이 최소한 중도를 아우르는 새로운 정치를 보여줄 거라 기대했는데 실망했다”며 “일부 측근에게만 열려있는 귀를 국민 모두에게 열어야 한다”고 했다. 문 전 후보에게 투표했다는 울산 북구의 이모 씨(32)는 “박 대통령이 제1야당을 국정 파트너로 생각하지 않는 행동이 반복돼서는 안 된다”고 했다. 야권 후보 지지자 100명 중 90명은 대부분 소통 부재를 비판했다.

○ 국정 운영에 대한 평가는 엇갈려

박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해선 성향별로 평가가 극명하게 엇갈렸다. 박 대통령 지지자 대부분(83%)은 “뚝심 있게 국정운영을 하고 있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인천 연수구의 조모 씨(26)는 “박 대통령이 정치인이 아닌 전문가 집단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안정적으로 국정을 이끌고 있다”고 했다. 서울 성북구의 박모 씨(61) “여야에 휘둘리지 않고 소신껏 밀고 나가는 모습이 다른 대통령과 차별화된다”고 말했다.

반면에 야권 지지자는 다섯 중 네 명꼴로 “여권 내부에서도 잡음이 나올 정도로 국정 운영이 불안하다”고 비판했다. 문 전 후보에게 투표했다는 경북 울릉군의 박모 씨(41)는 “임원과의 충돌로 기업이 제대로 굴러가지 않으면 결국 최고경영자 책임 아니냐”며 “야당과의 갈등 국면에서 박 대통령이 통 크게 양보해야 5년 임기를 순항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헌정 사상 최초로 6명의 장관급 인사가 도미노로 낙마한 박 대통령 인선에 대한 질책도 따가웠다. 야권 후보 지지자 중에는 “충성심만 고려하다 도덕적 흠결을 간과했다”고 비판하는 응답자가 많았다. 노모 씨(29·여·인천·안철수 지지)는 “수첩에 적어놓은 인재풀에만 의존해 도덕적 기준이 일반인에도 미치지 못하는 사람들을 장관 후보로 지명했다”고 비판했다. 박 대통령 지지자 100명 중에서는 32명이 “잘못한 인사”라고 했고 68명이 “잘한 인사”라고 평가했다. 박 대통령에게 투표했다는 경기 용인시 이모 씨(42·여)는 “논공행상보다는 전문성을 살린 인사였다”고 했다. 부산 동래구 신모 씨(64) “외청과 차관급 인사에서는 부처에서 잔뼈가 굵은 인사를 발탁해 전문성을 살렸다”고 했다.

조건희·대전=지명훈·대구=장영훈 기자 bec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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