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도 “靑 검증라인 책임물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3월 29일 03시 00분


서병수 이어 유기준도 가세… 지도부 무기력증에 빛바래

박근혜 정부의 ‘인사 참사’와 관련해 새누리당 친박(친박근혜) 그룹 내에서 잇따라 청와대 민정라인 책임론이 터져 나오고 있다.

유기준 최고위원은 28일 국회에서 열린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인사검증 시스템 마비 논란이 대통령에게 부담을 주고 국정수행 지지도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는 만큼 검증라인 인사들은 반드시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장차관급 인사들이 연이어 낙마했지만 검증 라인에서 아무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어 국민이 납득할 수 없다는 반응”이라고 말했다. 역시 친박인 서병수 사무총장이 25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앞으로 제도 개선은 물론이고 필요하다면 관계자들에 대한 적절한 조치도 있어야 할 것”이라고 청와대 민정라인 인책론을 제기한 지 사흘 만이다.

친박계 내에서 잇따라 공개적으로 청와대 책임론이 터져 나오는 것은 더이상 침묵할 경우 새누리당도 악화된 여론에 휩쓸려 갈 수 있다는 우려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박 대통령에 대한 친박계의 ‘공개적 쓴소리’는 여전히 제한적이다. 친박이 장악한 당 최고위원회의도 대통령 임기 초라고는 믿기 어려운 지리멸렬한 상황을 연출하고 있다. 25일 열린 최고위 회의에는 최고위원 9명 가운데 황우여 대표, 이한구 원내대표 등 단 두 명만 참석해 의결 정족수가 미달됐다. 28일 최고위도 파행이 이어질 뻔했지만 해외출장 중이던 이혜훈, 유기준 최고위원이 각각 26일과 28일 새벽 귀국해 가까스로 회의를 열었다.

당내 일각에선 이 같은 친박들의 집단적 무기력증에 대해 ‘목표 상실에 따른 일종의 우울증 상태’라는 시각이 많다. 한 친박 핵심 관계자는 “대선 후 오랫동안 꿈꿨던 목표가 갑작스레 없어진 것 아니냐”며 “스포츠 선수가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뒤 갑작스러운 허탈감이나 슬럼프에 빠지는 것과 유사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친박들 사이에선 “우리의 다음 목표는 뭐냐?”는 자문이 종종 들린다. ‘박근혜 대통령 만들기’라는 제1 목표는 이미 달성했고, 대선 전 치러진 총선에서 대거 금배지도 달았다. 현 정부의 국정 운영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싶지만, 일부 핵심 측근 외에 좀처럼 곁을 주지 않는 박 대통령 스타일상 쉽지 않은 목표다. 이렇다 보니 요즘 친박 의원들은 임기 초인데도 주로 각종 행사에 부지런히 다니며 지역구 관리와 인적 네트워크 쌓기에 집중하는 분위기다.

이와 관련해 당 안팎에선 4·24 재·보궐선거에서 부산 영도 공천을 받은 김무성 전 의원이 당선될 경우 어떤 식으로든 친박의 중심을 잡는 역할을 하지 않겠느냐는 말이 나온다. 김 전 의원 측은 “지금은 일단 선거에 집중하고 있다”며 몸을 낮추고 있지만, 국회에 귀환하면 정치적 목표를 잃은 친박들이 관록의 김 전 의원을 그냥 두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길진균·이승헌 기자 leon@donga.com
#친박#검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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