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南 최고존엄 욕안할게 北 최고존엄 건들지마”

  • 동아닷컴
  • 입력 2013년 3월 29일 15시 29분


●北, 비공개 접촉서 심리전 중단 거듭 요청
●인터넷·SNS 침투한 北 공작기관의 총공세

남북한이 벌이는 심리전이 점입가경이다. 한국은 ‘진실’을 휴전선 이북에 알리는 데 주력하고, 북한은 온라인 공간을 이용한 여론 왜곡에 공을 들인다. 북한이 3차 핵실험에 대응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2094호 채택 이후 공세적 언행에 나선 것도 심리전의 일환이다.

대북 심리전은, 담당 요원의 표현에 따르면 ‘북한 정권의 골간을 송곳으로 후비는 공작’이다. 심리전에 대한 두려움은 북한이 더 크다. 심리전을 통해 김정은 집단을 주민과 분리해 정권의 기반을 흔들 수 있기 때문. 이명박 정부에서 고위 안보 당국자로 일한 A씨는 “대북 심리전은 북한의 사상적 방화벽에 구멍을 뚫는, 우리가 가진 비대칭 무기”라고 강조했다.

“우리에겐 핵 못지않은 비대칭 무기가 있다. 북한이 가장 겁내는 게 심리전이다. 외부 세계의 진실, 내부의 진실이 알려지는 것은 핵으로 막지 못한다. 구체적으로 공개할 순 없지만 이명박(MB) 정부 5년 동안 북한이 가장 고통스러워하는 심리전을 많이 구사했다.”

북한은 지난해 12월 대선 직전까지 남북 비공개 접촉 때마다 심리전 중단을 집요하게 요구해왔다. MB 욕을 하지 않을 테니 삐라(전단) 살포를 막아달라는 식이었다고 한다. 이명박 정부와 상종하지 않겠다고 해놓고 뒤로는 구차하게 나온 것. “남측의 ‘최고존엄’을 욕하지 않을 테니 우리의 최고존엄을 건드리지 말라”는 게 북한의 요구였다. 북한은 삐라 살포를 포를 쏴서라도 막아야 할 일로 여긴다. 북측의 요구에 대해 남측은 ‘민간단체에서 하는 일은 막기가 어렵다’는 취지로 대응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역시 대남 심리전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사이버 공간이 주(主)전선이다. 북한이 운영하는 온라인 대남매체가 80여 개에 달한다. 북한은 이들 매체를 통해 지난해에만 2만여 회에 달하는 대남 심리전 활동을 벌였다. 총선, 대선에도 적극 개입했다. 안보당국 관계자는 “북한 통일전선부가 SNS 등을 통해 한국 정부를 비난하는 글을 유포하는 온라인 심리전 전담조직을 운영하고 있다”면서 “1990년대부터 인터넷을 이용한 심리전이 남북 간 비대칭 전력으로서 유용하다고 판단하고 대남 공작기구에 사이버 선전선동을 전담하는 부서를 설치했다”고 말했다.

북한은 ‘우리민족끼리’ ‘구국전선’ ‘조선신보’ 등 80여 개 플랫폼을 구축해 심리전 공격 거점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해에만 MB 비방, 4대강 사업 비판, 서해 북방한계선(NLL) 무력화 시도, 한미 자유무역협정 반대 등과 관련해 2만 건 넘는 선동 및 비방 글을 유포해 국내 여론을 왜곡하려 했다. 노동당 225국, 통일전선부, 정찰총국 등이 한국인 주민등록번호를 도용해 사이버 공간에 글을 올리는 방식으로 정부 정책을 비방하는 심리전 공격을 전개하고 있기도 하다.

북한 공작기관은 국내외 연계세력과 함께 ‘맞장구치는’ 방식으로 북한의 주장이 담긴 글을 게재, 확산하고 있다. 한국 정부의 정책을 비방하고 대북 우호 여론을 확산하는 게 주목적이다. “북한 공작기관이 자신들의 주장을 옹호하는 글에 필명을 대거 동원해 댓글달기를 조직적으로 실시하는 등 여론몰이를 통해 민심조작, 국론분열을 획책하고 있다”고 안보당국 관계자는 설명했다.

북한 공작기관이 왜곡된 여론을 퍼뜨리는 방식은 ‘1→9→90 법칙’으로 설명된다. 북한 요원 1명이 선동 글을 게재하면 추종세력 9명이 실시간으로 퍼 나르고 이를 90명이 읽는다는 것이다. 사이버 공간에서 유언비어가 확산되는 메커니즘을 활용하는 것. ‘1→9→90 법칙’에서 9는 종북 성향 세력인 경우가 많다.

송홍근 기자 carrot@dongc.com

※자세한 내용은 시판중인 신동아 4월호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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