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최근 태평양의 괌 미군기지를 사정권에 둔 중거리 탄도미사일을 동해안으로 이동시킨 데 맞서 미국은 최첨단 미사일방어(MD) 체제를 괌 기지에 긴급 배치하기로 했다. 북-미 간 ‘창(미사일)’과 ‘방패(MD)’를 내세운 강대강(强對强) 대결이 본격화된 것이다.
한미 정보당국은 4일 북한이 동해안으로 이동 배치한 미사일을 최대 사거리가 4000km인 무수단 미사일로 추정하고 있다. 북한은 지난달 30일 ‘정부·정당·단체 특별성명’을 통해 ‘전시상황 돌입’을 선언하면서 “우리의 첫 타격에 미국 본토와 하와이, 괌도가 녹아날 것”이라고 위협한 바 있다. 하지만 실제 북한이 괌을 겨냥해 무수단 미사일을 발사할 가능성은 극히 낮다는 분석이 나온다. 막강한 무력을 보유한 미국의 즉각적인 보복에 직면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험 발사의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군 관계자는 “이동발사 차량과 병력 움직임 등 추가 발사 준비 징후를 면밀히 살펴보고 있다”며 “북한이 김일성 생일(4월 15일)을 전후해 실제 시험 발사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군 당국은 최근 키리졸브(KR)와 독수리훈련(FE) 등 한미 연합군사연습에 미군 첨단전력이 대거 참가한 데 대한 북한의 무력 대응 시위로 보고 있다. B-2 스텔스폭격기와 B-52 전략폭격기, F-22 스텔스전투기 등 ‘대북억제 전력 3종 세트’가 전진 배치된 미군기지들에 대한 미사일 타격 위협을 과시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것이다. B-2와 B-52는 괌의 앤더슨 미 공군기지에, F-22는 일본 오키나와(沖繩) 현 가데나(嘉手納) 공군기지에 배치돼 한반도 유사시 가장 먼저 투입되는 ‘긴급전력’이다. 특히 F-22 전투기는 기지에서 발진한 지 20분 만에 평양에 도달할 수 있다.
괌 기지는 장거리 폭격기 50여 대와 공대지 크루즈미사일을 다량 비축한 미국의 아시아태평양 지역 핵심 전략기지이다. 북의 대남 도발을 억제하는 중추적 역할을 수행한다. 이 때문에 북한이 괌 기지에서 출격한 첨단전력들이 한미 연합군사연습에 참가하는 데 강력히 반발하는 것이라고 합참 관계자는 분석했다. 이 관계자는 “북한이 미군기지에 대한 직접적 타격 위협이 엄포가 아님을 증명하기 위해 중거리미사일을 발사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에 맞서 미 국방부는 고고도방어체계(THAAD)로 불리는 첨단 MD 체제를 몇 주 안으로 괌 기지에 배치하기로 했다.
THAAD는 이동식 차량발사대와 요격미사일, 추적레이더, 통합사격통제시스템 등으로 이뤄져 있다. 미국의 군사기지로 날아오는 중거리미사일을 격추하기 위해 제작한 공중방어시스템이다. THAAD는 패트리엇미사일(PAC-3)보다 높은 150km 이상의 성층권에서 더 정확하고 신속하게 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다. THAAD의 포대당 가격은 약 8억 달러(약 8940억 원), 미사일은 기당 약 100만 달러(약 11억2000만 원)로 알려져 있다.
미 국방부는 당초 THAAD를 이란의 핵위협에 맞서 이스라엘 등 중동지역에 먼저 배치할 계획이었다. 최근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이 고조되면서 아태지역부터 전개하기로 방침을 바꾼 것이다. 미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은 4일 THAAD의 괌 배치는 미국이 북한을 ‘더 직접적이고 장기적인 위협’으로 간주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라고 분석했다.
북한은 앞으로도 ‘핵 협박 카드’를 계속 꺼내 들며 위협 수위를 고조시킬 것으로 보인다. 최근 영변의 5MW 흑연감속로(원자로)의 재가동 조치를 취한 데 이어 80% 이상 공사가 진행된 100MW 경수로 공개와 농축우라늄 무기화, 핵탄두 공개, 추가 핵실험 등의 카드가 예상된다. 이에 맞서 미국도 대북 핵 억제력을 증명하기 위해 핵 항모의 한반도 배치 등 추가적인 군사조치를 취할 개연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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