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여권에선 박근혜정부 들어 엇갈린 장관급 이상 고위 공직자 및 후보자들의 운명이 자주 회자되고 있다. 새 정부에서 유임된 장관 중 상당수는 이명박 정부에서 이른바 ‘대타’로 임명된 반면 정작 박 대통령이 ‘인사수첩’에서 발탁한 장관 후보자들은 잇따라 낙마하거나 위기를 맞고 있기 때문이다.
우여곡절 끝에 대타로 지명됐지만 새 정부에서 계속 자리를 지키게 된 사람은 김관진 국방부 장관, 양건 감사원장, 이성보 국민권익위원장 등이 대표적이다. 김황식 전 국무총리와 함께 MB 정부의 대표적인 성공 인사로 꼽히는 김 장관은 2010년 11월 27일 김태영 장관 후임으로 지명되기 직전까지도 유력 후보가 아니었다. 당시 1순위로 하마평에 오른 인사는 한미연합사 부사령관을 지낸 이희원 대통령안보특보. 하지만 천안함 폭침 사태에 이어 터진 연평도 포격도발 사건으로 민심이 흐트러지자 청와대 참모들이 야전형 군인인 김 장관을 MB에게 천거했고 결국 막판에 낙점됐다. 이번에도 김병관 장관 후보자가 각종 의혹 끝에 물러나면서 유임됐다.
최근 청와대에서 유임 통보를 받은 양건 감사원장도 처음부터 그 자리를 예약했던 것은 아니었다. 양 원장은 2011년 1월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을 지낸 정동기 감사원장 후보자가 여야의 사퇴 압력을 받고 물러나자 청와대가 발굴한 ‘대타 원장’이다. 양 원장은 올해 1월 감사원이 4대강 사업에 대한 감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자신을 지명한 MB 측과 한동안 불편했다. 이성보 위원장은 대법관 출신인 전임 김영란 위원장이 남편 강지원 변호사가 지난해 대선에 출마하면서 물러나자 청와대가 물색 끝에 고른 케이스. MB는 사퇴를 거듭 말렸지만 김 위원장은 완강했고, 결국 서울중앙지법원장을 하던 이 위원장을 후임으로 정했다.
박 대통령이 의욕적으로 골랐으나 결과가 좋지 않은 대표적인 사례는 김종훈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자다. 박 대통령이 삼고초려 끝에 ‘모신’ 김 후보자는 정부조직법 개정 여야 협상이 지연되고 자신을 둘러싼 각종 의혹이 확산되자 돌연 후보직을 던지고 한국을 떠났다. 당시 여권 주변에선 동정론이 지배적이었으나 요즘엔 ‘그 정도의 시련도 못 견디고 장관을 하려 했느냐’는 비판론도 많다. 인사청문회에서 정책 현안에 대한 답변을 제대로 못해 정부 여당 측까지 당황하게 만든 윤진숙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는 장관 지명 여부와 상관없이 한동안 논란이 될 가능성이 높다. 윤 후보자는 김종훈 후보자만큼이나 박 대통령이 유심히 관찰해 발탁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는 5일 전체회의를 열고 윤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채택 여부를 다시 논의했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다. 민주통합당 간사인 김영록 의원은 “윤 후보자는 자질과 전문성은 물론이고 리더십도 부족하다. 청문보고서를 채택하지 않는 게 마땅하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간사인 김재원 의원은 “반대 의견이 있다면 그 의견을 기재하자”며 보고서 채택을 요구했지만 무산됐다. 당초 윤 후보자는 이날 회의에서 신상 발언을 하려고 국회 인근에서 대기하고 있었으나 분위기가 험악해지자 회의장에는 나타나지 않았다.
새누리당 지도부 주변에선 어떤 식으로든 윤 후보자 문제를 빨리 정리해야 한다는 기류가 확산되고 있다. 한 핵심 관계자는 “청와대는 어떻게 그런 사람을 지명했는지 모르겠다. 어떤 방향이든 조만간 빨리 결론을 내겠다”며 한숨을 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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