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민족끼리’ 회원의 15%, 국내포털 메일계정으로 가입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4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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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나니머스, 6216명 추가 공개… 北사이트 게시판 살펴보니

우리민족끼리의 ‘독자투고’ 게시판. ‘서울시 구로구’ ‘경기도 파주시’ 등 국내 주소를 쓰는 회원들이 정부와 미국을 비난하는 글들을 1957건 올려놨다. 강원 태백시에 사는 경비원으로 자신을 소개한 ‘천둥’은 “워싱턴에 핵 한방 갈겨주십시오”라는 제목의 글을 썼다.

우리민족끼리 화면 캡처
우리민족끼리의 ‘독자투고’ 게시판. ‘서울시 구로구’ ‘경기도 파주시’ 등 국내 주소를 쓰는 회원들이 정부와 미국을 비난하는 글들을 1957건 올려놨다. 강원 태백시에 사는 경비원으로 자신을 소개한 ‘천둥’은 “워싱턴에 핵 한방 갈겨주십시오”라는 제목의 글을 썼다. 우리민족끼리 화면 캡처
국제 해킹단체 어나니머스가 5일 북한의 대남 선전 사이트 ‘우리민족끼리’ 회원 6216명의 명단을 추가로 공개하면서 공안당국이 전체 회원 1만5217명의 명단에 대한 실명 확인 작업에 착수했다. 당국은 이 명단에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던 인사들과 대학 총학생회 및 친북 성향 정당 관계자, 각종 노동조합 활동가들이 다수 포함돼 있다는 사실을 7일 확인하고 수사 중이다.

동아일보가 분석한 결과 공개된 명단 1만5217명 중 다음 네이버 네이트 등 국내 3대 포털의 e메일 계정을 이용해 우리민족끼리에 가입한 회원은 2290명이다. 한메일과 다음이 1763개로 가장 많았고 네이버(459개), 네이트(68개)가 뒤를 이었다.

당국은 기존에 인터넷에서 종북 활동을 한 사람과 ID나 e메일 주소가 일치하는 명단을 찾고 있다. 본인이 직접 우리민족끼리에 가입해 이적 활동을 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사법처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 명단에 적힌 ID나 e메일 주소가 다른 사이트에서 종북 활동을 한 이력이 있는지도 수사하고 있다.

국가보안법 제7조는 반국가단체나 그 구성원 또는 그 지령을 받은 자의 활동을 찬양 고무 선전하는 경우나, 사회 질서의 혼란을 조성할 우려가 있는 내용을 날조하거나 유포한 자에 대해 징역형을 부과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만 회원 가입 때 본인 확인 절차를 밟지 않는 만큼 회원 상당수가 가명으로 가입됐을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다. 회원 가입 e메일 중엔 ‘남로당@빨치산.남조선’ ‘오오오오@오오오.com’ ‘길림성@.연길시 신흥가’ 등 정상적인 주소가 아닌 것도 있다.

당국은 지난해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사망을 추모한다며 무단 방북했다가 징역 4년형을 선고받고 수감 중인 노수희 조국통일범민족연합 남측본부 부의장이 우리민족끼리에 가입한 기록을 확보했다. 노 부의장은 지난해 3월 24일 김 국방위원장 사망 100일 추모행사에 참석하겠다며 정부 허가 없이 무단 방북했다가 103일 만인 지난해 7월 5일 북한 주민의 환송을 받으며 판문점을 통해 귀환했다.

당국은 또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재판 중인 전직 전교조 교사 김모 씨가 우리민족끼리에 가입한 기록을 확인했다. 국내 진보 성향 언론사 블로그에서 활동하는 K 씨도 회원으로 가입돼 있다. K 씨는 블로그에 김일성 주석이 항일운동을 했다는 ‘보천보 전투’를 칭송하는 글을 다수 남기고 북한 노래를 소개했다. 패션용품을 판매하는 블로그에 북한의 건축물과 여성 사진 등을 올렸던 O 씨도 회원으로 가입돼 있다.

서울 및 지방 소재 대학의 전 총학생회 관계자도 다수 포함돼 있다. 회원 명단에 오른 한 인사는 “가입 기억은 없지만 2000년대 초 북한 사이트 접속이 자유로운 시절 학생운동을 하면서 국내 사이트에 올라온 북한 사이트의 글을 읽은 적은 있다”며 “요즘 모르는 번호로부터 ‘간첩이죠?’라는 휴대전화 메시지를 수십 개 받았다”고 말했다. 현직 경찰관의 명단도 나왔지만 당사자인 A 경사(중앙경찰학교 재직)는 “언제 가입했는지 모르겠다. 가입했다면 첩보 입수 목적이었을 것”이라고 했다. 정기적인 첩보활동을 하면서 인터넷 자료 수집 과정에서 회원으로 가입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어나니머스에 해킹당했던 우리민족끼리는 6일 오후 정상 복구됐다. 회원만 쓸 수 있는 ‘독자투고’를 작성할 때는 이름 거주지 직업 등을 쓰게 돼 있었다. 동아일보가 7일까지 올라온 투고 1957개를 들여다보니 주소란에 ‘서울 마포구’ ‘경기 파주시’ ‘강원 태백’ 등 국내 주소를 적어놓은 글이 795개나 됐다. 나머지는 중국 일본 미국 유럽 등의 주소가 적혀 있다. 국내 주소가 적힌 글 대부분은 미국과 남한 정부를 원색적으로 비난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 정홍원 총리 등을 비난하는 글도 많았다.

투고된 글들이 북한에 의해 조작된 것이란 의견도 있다. 게시판에 쓰인 글 중 ‘서울시 강남동’ ‘경기도 인천시’ 등 실존하지 않는 주소가 올라오기도 했다. 북한 사이버 세력이나 해외 친북인사들이 남한의 지역 명칭에 익숙하지 않아 실수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당국은 게시글 다수가 자연스러운 남한 말투로 작성된 걸로 미뤄 대다수는 조작되지 않은 글로 판단하고 수사하고 있다.

조동주·권오혁·이철호 기자 djc@donga.com

[채널A 영상]단독/MB-이회창-권영길 이메일 도용해 ‘우리민족끼리’ 가입


#우리민족끼리#어나니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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