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 北근로자 철수]北 “개성공단 잠정중단”… 靑 “폐쇄 감수”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4월 9일 03시 00분


北 김양건 공단 방문 “북측 근로자 전원 철수”
靑 긴급 안보회의… 朴대통령 “냉정하게 대응”

북한이 개성공단에서 북측 근로자를 모두 철수하고 공단 가동을 잠정 중단한다고 선언했다. 이에 대해 통일부는 “북한의 일방적 조치는 어떤 명분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으며 모든 책임을 북한 당국이 져야 한다”는 강한 유감 성명을 발표했다. 정부는 최악의 경우에는 ‘개성공단 폐쇄’ 상황도 감내하겠다는 강경한 태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의 미사일·핵 도발에서 시작된 북한과 국제사회의 기 싸움이 개성공단을 둘러싼 남북간 ‘벼랑 끝 대치’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9일 0시를 기준으로 개성공단에는 중국인 4명을 포함해 479명의 남측 인력이 머물고 있다.

김양건 북한 노동당 통일전선부장 겸 대남담당 비서는 8일 “남조선 당국과 군부 호전광들이 우리의 존엄을 모독하면서 개성공업지구를 동족 대결과 북침전쟁 도발의 열점으로 만들어 보려는 조건에서 공업지구사업을 잠정 중단하며 그 존폐를 검토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날 오전 개성공단을 방문한 뒤 내놓은 담화에서 “남조선 대결 광신자들은 돈줄이니 억류니 인질이니 하면서 우리 존엄을 모독하는 악담을 줴치고(함부로 말하고) 있다. 이후 사태가 어떻게 번지게 되는가는 전적으로 남조선 당국의 태도에 달려있다”고 말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청와대는 북한의 개성공단 가동 중단이 예상된 일인 만큼 차분하게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청와대는 북측 근로자 철수 등이 발표되자 이날 오후 5시 40분부터 김장수 대통령국가안보실장 주재로 40여 분간 긴급회의를 열었다. 김 실장은 회의 도중 김관진 국방부, 류길재 통일부 장관과 잇달아 통화하며 상황을 점검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김 실장에게서 이번 사태를 즉각 보고받았으며 차분하고 냉정하게 대응할 것을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의 긴장 고조에도 박 대통령은 긴 호흡을 갖고 남북 관계의 틀을 만들어 가겠다는 의지가 확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의 도발 위협에 굴복해 대북특사 파견 같은 국면 전환 카드를 쓰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많다.

청와대는 북한의 개성공단 잠정 중단을 지금까지 구사해 온 ‘헤드라인 전략’의 일환으로 보고 있다. 청와대의 다른 고위 관계자도 8일 “개성공단 잠정 중단은 시간 문제였다”며 담담한 반응을 보였다. 이 관계자는 “어차피 원자재 반입도 안 되고 가스 공급도 끊긴 상황에서 시간이 지나면 개성공단은 자동 폐쇄될 수밖에 없었다”며 “북한이 취할 수 있는 모든 상황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개성공단 폐쇄도 염두에 둔 대책을 마련해왔다는 의미다. 입주기업 관계자들도 “북측은 며칠 전부터 ‘10일까지 인력을 최소화하라’는 신호를 줘왔다”고 밝혔다.

통일부 당국자는 “북한의 발표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먼저 남측 근로자를 철수할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다만 9일부터 북한 근로자가 나오지 않고 원부자재도 떨어지면 공단에 남아 있을 이유가 없기 때문에 잔류 인력을 어떻게 할지 입주기업협회와 상의해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북한의 출입 차단으로 조업이 파행을 겪은 만큼 10일부터 시작되는 북한 근로자 임금 지급도 탄력적으로 대응할 방침이다.

정부는 입주기업이 북한의 일방적 가동중단 조치 등으로 보는 피해는 남북협력기금을 통한 경협보험에서 구제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협보험 규정에 따르면 개성공단 입주기업은 △투자자산 몰수 △전쟁 △남북당국의 사업 중단 조치 등 불가항력적인 상황이 생기면 투자금액의 최대 90%, 100억 원까지 기금에서 보상받을 수 있다. 다만 입주기업 123곳 중 일부는 경협보험을 가입하지 않아 보상과정에서 마찰을 빚을 것으로 예상된다.

조숭호·이재명 기자 shcho@donga.com
#북한#개성공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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