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통합당 대선평가위원회(위원장 한상진 서울대 명예교수)가 지난해 대선 패배에 가장 정치적 책임이 큰 인물로 한명숙 전 대표를 꼽았다.
대선평가위는 9일 당 소속 의원과 보좌관 등 63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를 토대로 대선 패배에 대한 정치적 책임 순서를 명시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A4용지 370쪽 분량의 최종 보고서를 공개했다. 지난해 4·11총선 때 대표였던 한 전 대표는 76.3점(100점 만점)이었고, 대선 때 당을 이끈 이해찬 전 대표는 72.3점이었다. 이어 이 전 대표와 ‘이-박 담합’ 논란을 빚은 박지원 전 원내대표는 67.2점, 문재인 전 대선후보는 66.9점 등의 순이었다.
또 보고서는 야권후보 단일화 협상 때 문 전 후보 측이 무소속 안철수 전 후보 측에서 제안한 마지막 단일화 방식을 수용하지 않은 점을 지적했다. 안 전 후보 측이 후보직 사퇴 전날인 지난해 11월 22일 제안한 ‘지지도 50%+가상 양자대결 50%’를 문 전 후보 측이 받지 않아 ‘아름다운 단일화’가 실패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안 전 후보 지지자의 65.2%가 문 전 후보에게 투표한 것으로 나타나 문 전 후보가 얻은 득표의 45%가 ‘안철수 지지자’로부터 왔다. 문 전 후보가 안 전 후보와 그 지지자들에게 상당한 빚을 지고 있음을 보여준다”고도 했다.
한상진 위원장은 최근 문 전 후보와의 면담 내용도 공개했다. 그는 “문 전 후보가 ‘안 전 후보 개인에 대해 신뢰와 기대를 갖고 있고, 서로 조금이라도 상처가 되는 일이 없기를 바라는 의미에서 보고서가 의도치 않은 결과를 낳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또 “안 전 후보에게도 면담을 신청했지만 ‘4·24 재·보궐선거가 끝난 뒤 만났으면 좋겠다’며 거절하더라”고 소개했다.
보고서에 등장한 ‘책임을 져야 할 사람들’이 대부분 친노(친노무현)·주류 인사들이어서 대선 패배 책임론을 둘러싸고 대립해 온 범주류 세력과 비주류 세력 간 갈등은 더욱 깊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더구나 새 지도부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가 한 달도 남지 않은 시점이어서 공방전은 범주류-비주류 대결 구도인 전대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비주류 측 문병호 의원은 대선평가보고서가 발표된 직후 성명을 내고 “대선 패배를 초래한 핵심 원인 제공자들이 응분의 책임을 지는 것이 당연하다”며 보고서에 거명된 인사들을 압박했다.
반면 범주류로 분류되는 신계륜 의원은 라디오에 출연해 “전대를 앞두고 이런 발표를 하는 것은 어떤 정치적 저의가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든다”고 불편한 심기를 내비쳤다. 친노계인 배우 명계남 씨는 트위터에서 “×××들아! 보고서 쓴 놈 나와라. 중앙에서 느들이 후보 옆에서 폼 잡고 철수 쪽 눈치보고 우왕좌왕할 때 문성근 시민캠프 트럭 만들어 전국을 돌았다”며 탈당을 선언했다. 주류 진영에서는 대선평가위원장인 한 교수가 대선 과정에서 ‘안철수 캠프’에 몸담았고 김재홍 위원은 지난해 4·11총선 때 공천을 받지 못해 구원(舊怨)이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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