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최근 동해안으로 이동 배치한 무수단 중거리 탄도미사일(IRBM)의 발사가 ‘초읽기’에 돌입한 것으로 파악되면서 이런 무모한 도발의 의도에 국제적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군 고위 관계자는 9일 “무수단 미사일은 당장이라도 발사할 수 있을 만큼 모든 준비를 끝낸 상태”라며 “북한이 스커드와 노동 등 여러 기의 미사일을 동시에 발사할 개연성도 있다”고 말했다.
북한은 최근 개성공단의 가동 중단 등 남북한 강대강(强對强) 대결 정세의 모든 책임을 한미 양국에 떠넘기는 차원에서 미사일 발사를 강행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태평양의 괌 앤더슨 미군 기지를 사정권에 둔 무수단 미사일의 발사가 성공하면 한반도 유사시 미국 증원 전력의 발진 기지도 ‘핵 선제타격’을 당할 것이라는 무력시위의 효과도 거둘 수 있다. ○ 다목적 의도의 무수단 미사일 발사 위협
북한은 1990년대부터 지난해까지 스커드와 노동 등 단거리미사일(SRBM)은 물론이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장거리 로켓까지 대부분의 탄도미사일을 여러 차례 시험발사했다.
반면 무수단 미사일은 2007년 실전 배치를 전후해 단 한 차례도 시험발사를 하지 않았다. 옛 소련이 수백 번의 엔진 테스트와 성능 검증을 거쳐 개발한 SSN-6 미사일을 개량한 무수단이 굳이 시험발사를 하지 않아도 될 만큼 신뢰성이 높다고 북한 당국이 판단한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그동안 미국 본토에 핵탄두를 투하할 수 있는 장거리 로켓 개발에 우선순위를 둔 북한이 중거리 미사일의 성능 테스트는 차순위로 미뤘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해 12월 장거리 로켓(은하3호) 발사 성공은 북한이 무수단 미사일의 성능을 처음으로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 당시 장거리 로켓의 1단 추진체로 활용한 4기의 무수단 미사일이 한 치의 오차 없이 작동했기 때문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북한은 이번에 무수단 미사일을 쏴 올릴 경우 성공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보고 발사 강행을 결심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중국에 이어 세계 두 번째로 모든 종류의 탄도미사일을 보유한 ‘미사일 강국’의 면모를 부각하려는 의도도 깔려 있다. 북한은 무수단 발사에 성공하면 사거리 300km 안팎의 단거리 미사일부터 최대 1만3000km에 달하는 ICBM까지 실전배치한 ‘미사일 강성대국’의 지위를 확고히 할 것으로 보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지구상의 모든 지역에 핵탄두를 투하할 수 있는 미사일 능력을 보유하게 됨을 의미한다. ○ 일본의 요격시스템 피하려는 꼼수도
미국과 러시아는 1987년 체결한 중거리 핵미사일 감축조약에 따라 사거리 500∼5500km의 지상 발사 탄도미사일과 순항미사일을 모두 폐기했다. 현재는 1만 km급의 전략 핵무기(ICBM)만 운용하고 있다. 미국이 최근 시험발사를 연기한 미니트맨Ⅲ도 ICBM에 속한다. 군 관계자는 “미국과 핵미사일로 ‘맞짱’ 뜰 수 있는 능력을 갖췄음을 대외에 과시함으로써 긴장을 고조시키고 내부를 결속하려는 노림수가 담겨 있다”고 말했다.
한미 양국이 내년 말까지 구축하기로 한 ‘킬체인(Kill Chain)’의 능력을 미리 떠보려는 속셈도 엿보인다. 킬체인은 북한 전역의 이동식 차량발사대(TEL)를 30분 안에 탐지해 격파하는 한미 공동 북핵 미사일 제거 체계다. 탐지 임무는 미군 정보자산이, 격파 임무는 한국의 요격미사일이 각각 맡는다.
합참 관계자는 “북한이 무수단 미사일의 TEL 탑재 및 지하격납고 이동현황 등을 노출시킨 것은 한미 군 당국의 대북 감시능력을 떠보려는 전술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은 무수단 미사일을 기습적으로 발사한 뒤 한미 양국의 대응태세를 초단위로 분석해 킬체인의 실효성을 따져볼 공산이 크다”고 덧붙였다.
북한이 무수단 미사일의 발사를 앞두고 국제기구에 항행금지구역을 통보하지 않은 것은 일본의 요격시스템을 피하기 위한 것이라는 꼼수라는 관측도 나온다. 군 소식통은 “항행금지구역을 선포하면 미사일의 궤도와 비행 각도를 사전에 알려주는 셈”이라고 말했다. 이 소식통은 “북한이 동해로 발사한 미사일이 일본 영공을 지나갈 경우 동해상에 배치된 일본 이지스함이 SM-3 미사일로 요격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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