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어 퍼붓는 북한의 공격성 발언에 대해 남북 대치 상황에 익숙지 않은 국내 외국인 유학생들은 어떤 반응을 보이고 있을까. 본보 확인 결과 대부분의 유학생은 평상시와 다름없이 학교생활을 하고 있지만 일부는 불안감을 이기지 못해 잠시 다른 나라로 여행을 가거나 학업을 접고 고국으로 돌아갈 계획을 세우고 있다. 주한외국인학교에서는 학부모들을 대상으로 ‘위급상황 시 대처방안’을 담은 e메일을 보냈다.
11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에서 만난 안나 아미노프 씨(19·여·국제학부)는 “뉴스에서 북한과 관련된 소식을 듣고 있다. 나는 걱정하지 않지만 일부 친구는 걱정 섞인 이야기를 많이 하기도 한다”고 밝혔다. 그녀는 “호주 출신 친구 V 씨(20)는 ‘이상한 조짐이 보이면 언제든 학업을 포기하고 떠날 준비를 갖춰 놓은 상태’라고 했다”고 전했다.
동아일보가 서울시내 5개 대학을 대상으로 취재한 결과 유학생 대부분은 북한의 도발에도 크게 동요하지 않았다. 본보가 인터뷰한 40명의 학생 중 상당수는 “당장 전쟁이 일어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며 별 걱정을 안 하는 분위기였다. 전쟁을 걱정한다는 학생 중에서도 대다수는 “그렇다고 아직 공격이 시작된 것도 아닌데 떠날 생각은 없다”고 밝혔다. “북한 위협이 강도가 더욱 세지면 한국을 떠나겠다”고 답한 학생은 3명이었다.
하지만 일부 유학생은 불안감을 드러냈다. 한양대 교환학생멘토링 클럽 ‘한밀레’에 따르면 중간고사를 앞두고 한국을 떠나 있기로 결심한 유학생들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주 이 학교에 재학 중이던 스페인 여학생 두 명이 홍콩으로 대피 여행을 떠났다. ‘한밀레’ 측은 “대외협력과를 통해 알아본 결과 한양대 재학 교환학생 중 공식적으로 학업을 중도 포기하고 고국으로 돌아간 학생은 한 명이다. 경제학을 전공하는 독일인 교환학생이 10일 독일로 돌아갔다”고 밝혔다.
일부 유학생이 동요하는 데에는 외신의 과장된 보도도 한몫하고 있다. ‘한밀레’와 비슷한 역할을 하는 이화여대 동아리 ‘피스버디’ 측은 “외신을 통해 한국 상황을 접한 유학생의 가족들이 귀국을 종용하는 경우가 있다”고 밝혔다. 막상 한국에 있는 유학생들은 심하게 걱정하지 않는데 해외 가족들이 우려를 많이 한다는 설명이다. 취재 중 만난 한 유학생은 “CNN에서는 ‘한국전쟁 D-day’라는 표현을 쓰기도 했다. 뉴스를 본 가족들이 귀국하라며 매일 전화한다”고 말했다.
일부 학생이 동요하자 각국 외교부와 학교 등도 나섰다. 이들은 학생들에게 한국의 정확한 상황과 긴급상황 시 대처 방법을 공지하고 있다. 한국에 있는 외국인학교들도 학부모들에게 e메일로 이 같은 내용을 전달했다.
독일과 핀란드 외교부는 최근 한국에 주재 중인 자국 학생들에게 e메일을 보냈다. e메일에는 “북한 측에서 전쟁 가능성을 경고하며 한국 내 외국인들에게 출국을 종용하고 있다. 북한이 주기적으로 이런 경고를 하고 있기 때문에 염려할 것은 없지만 한국에 체류하길 원하는 사람은 대사관 측과 연락을 유지하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북한의 현재 상태에 대해서 전달을 하면서도 자국민을 안심시키려는 조치로 해석된다. 교환학생들에게 본교에서 이와 비슷한 내용으로 공문을 보내는 경우도 있다.
인천 서구 경서동에 위치한 ‘청라달튼 외국인학교’ 관계자는 “학부모들을 안심시키기 위한 다양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학교는 통신문을 통해 위기 시 참고해야 할 대피방법, 비상연락망 등을 각 가정에 전달했다. 서울 마포구 상암동의 외국인학교 ‘드와이트 스쿨’ 측도 학부모들에게 “위급 상황이 발생하면 신속히 연락하기 위해 학부모들의 정확한 연락처를 부탁한다”는 내용의 안내문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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