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동욱 검찰총장(사진)이 일선 지검 수사와 관련해 “증거나 혐의 유무 판단은 전적으로 각 청에서 기관장의 책임하에 결론 내려라”고 당부했다. 그동안 검찰총장이 주요 사건 수사에 직간접으로 관여해 온 관행을 끊고 독립성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검찰총장은 고위공직자, 정권 실세, 재벌총수 관련 사건에 대한 보고를 받은 뒤 기소나 구형과 관련해 의견을 제시해 왔다.
11일 대검찰청에 따르면 채 총장은 9일 새로 임명된 검사장 이상급 검찰 고위 간부 43명과 만난 자리에서 “일선 청이 확실한 입장을 제시하지 않은 보고서를 보내 검찰총장의 결정에 의존해서는 안 된다”며 “혐의에 대한 판단은 일선 청과 대검 주무부서가 협의해 내린 결론을 그대로 수용하겠다”고 말했다. 채 총장은 “관행적으로 (대검에) 해오던 보고 가운데 불필요한 것은 과감히 생략하고, 사건 해결에 역량을 집중하라”고 덧붙였다. 채 총장은 검찰 구성원 전체가 볼 수 있도록 이 당부를 검찰 내부게시판 ‘이프로스’에 올렸다.
일선 수사 검사들은 그동안 불만이 있어도 총장의 뜻을 따르는 경우가 많았다. 지난해 말 검란 사태를 촉발시킨 원인 중에는 한상대 전 총장이 최태원 SK 회장에 대해 ‘봐주기 구형’을 지시했다는 의혹도 있었다.
이날 당부는 “총장의 권한을 일선에 대폭 위임하되 결과에 대해서는 엄중히 책임을 묻겠다”는 채 총장의 취임사와도 맥이 닿아 있다. 총장은 물론이고 일선 청 스스로 공정성과 중립성을 의심받지 않도록 하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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