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 “北과 대화할 것… 문 열려있다”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 반드시 가동… 정세와 상관없이 대북 인도적 지원”
류길재 통일장관 남북대화 공개제의
北 “미사일 발사대기… 불바다 될 것”

박근혜 대통령은 11일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는 반드시 가동돼야 한다. 상황이 어렵더라도 ‘프로세스’이므로 항상 진행되는 것이다”면서 “북한과 대화하겠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또 “한반도 정세와 상관없이 대북 인도적 지원은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정부 출범 이후 첫 남북대화 제의이자, 최근 남북 대치 국면에서 나온 가장 적극적인 화해 제스처이다.

박 대통령은 이날 저녁 청와대에서 국회 국방위와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국회의원들과의 만찬에서 이같이 밝혔다고 복수의 참석자가 전했다. 박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북한의 잘못된 행동에 대해서는 대가를 치르도록 해야 한다. 북한의 비정상적 행위를 수용해주면 과거의 관행을 되풀이하게 되는데 그 악순환을 끊어야 한다”면서도 “그렇지만 항상 대화의 문은 열려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앞서 류길재 통일부 장관은 오후 4시 정부서울청사에서 발표한 성명을 통해 “개성공단 정상화는 대화를 통해 해결돼야 하며 이와 관련해 북한이 제기하기를 원하는 사안을 논의하기 위해서라도 북한 당국은 대화의 장으로 나오길 바란다”고 말했다. 류 장관은 성명 발표 직전까지 청와대에서 박 대통령을 접견해 ‘대북 대화 제의’라는 정부의 방침을 최종 조율했다. 이와 관련해 박 대통령도 “북한과 대화(재개)의 일환으로 류 장관이 성명을 발표한 것”이라고 만찬 자리에서 밝혔다.

만찬에 참석했던 한 의원은 “강(强) 대 강(强) 대립국면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은 상황에서 박 대통령이 남북대화 가능성의 메시지가 (북한에) 전해지길 원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부 당국자도 “오늘 성명은 (남북)대화를 위한 첫 스텝(발걸음)을 뗀 것이다. 개성공단을 포함한 모든 이슈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북한이 화답해올 경우 곧바로 대화 준비에 돌입할 만큼 전향적인 태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의 남북 대화 제의에 대한 북한의 공식 반응은 이르면 12일경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정부 관계자들은 전망했다.

이에 앞서 북한은 11일 오전 개성공단을 관할하는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 대변인 명의로 “박근혜 정권까지 우리와의 대결을 추구한다면 개성공업지구는 더이상 존재하지 못하게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번의 중대조치(가동 중단)가 잠정적이며 이후 벌어질 사태는 남조선 당국의 태도 여하에 달려 있다”고 말해 상황 개선의 여지는 열어뒀다.

그러나 이날 오후 5시 50분경 북한의 대남기구 조국평화통일위원회는 “혁명무력의 타격수단들은 발사대기 상태에 있고 탄두들에는 목표 좌표들이 정밀하게 입력돼 있다. 단추만 누르면 발사되게 돼있고 발사되면 원수의 아성이 온통 불바다가 될 판”이라고 위협했다.

일본 정부는 북한 원산에서 무수단 미사일을 탑재한 이동식 발사대가 상공을 향하고 있는 것을 11일 오전 정찰위성을 통해 확인했다고 산케이신문 인터넷판이 이날 보도했다. 발사대가 상공을 향하고 있다는 것은 북한이 미사일 발사 준비를 끝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에 대해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은 “구체적으로 확인해줄 수 없다.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하면 즉시 공개하겠다”고만 말했다.

조숭호·이재명 기자 sh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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