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 “北 만나 도대체 왜 그러는지 들어봐야”

“의중 알아야 해결” 대화제의 배경 설명北 아직 반응없어… 시간벌기 나선듯… 올 김정은 수행횟수 1~4위가 군부인사

박근혜 대통령은 12일 새누리당 수도권 원외 당협위원장과의 오찬에서 전날 북한에 대화를 제의한 배경에 대해 “(북한과) 만나서 도대체 왜 그러는지 들어 봐야 하지 않겠는가”라며 “문제를 해결하려면 상대방의 의중을 알아야 하니 당연히 대화를 해야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양보안을 제시해 북한과 타협하기 위한 대화가 아니라 이야기를 나눠 보자는 취지의 대화 제의라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 靑, “공은 북한으로 넘어갔다”

박 대통령의 대화 제의는 무엇보다 계속해서 극한으로 치닫는 북한에 제동을 거는 차원이 강하다. 그동안 북한 도발에 대한 강력한 대응 의지를 충분히 보여 준 만큼 숨 돌릴 틈을 갖고 북한이 강경 태도에서 선회할 명분을 주자는 의도도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북한도 쓸 수 있는 카드는 이제 거의 다 쓴 거 아니겠느냐”며 “북한도 답답할 테니 같이 대화해 보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의 이날 발언대로 대화 과정에서 오해를 풀고 접점을 찾을 수 있다는 기대감도 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사태가 여기까지 오는 동안 우리는 북한을 자극한 게 없다. 북한 혼자 핵실험하고 개성공단 출입 금지하고 하며 계속 막가고 있다”면서 “대체 북한이 왜 그러는지, 개성공단은 어떻게 하려고 하는지 들어 보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화 제의의 물꼬를 텄지만 북한의 화답 없이 물밑 접촉이나 대북특사 제안 등 추가 유화책을 쓸 가능성은 작다.

한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 안에는 ‘북한과의 약속은 지킨다’, ‘전쟁 중에도 대화는 한다’, ‘핵문제가 해결되면 다양한 지원 계획을 진행한다’는 3원칙이 포함돼 있다”며 “그 연장선상에서 대화를 제의한 것일 뿐 입장이 바뀐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도 “대화의 장에 나가면 개성공단 출입 금지를 비롯해 이번 사태 악화에 대한 북한의 책임을 반드시 물을 것이며 비핵화 등에 있어서도 얼렁뚱땅 넘어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물밑 대화나 특사와 같은 추가 제안을 할 생각은 없다”며 “이제 공은 북한에 넘어갔다”고 말했다.

○ 北, 아직 입장 정리 안 된 듯

북한은 남북대화 제의에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으면서 관망세를 유지했다. 내부 입장을 정리하기까지 시간 벌기를 하려는 뜻으로 풀이된다.

총련 기관지인 조선신보는 이날 “남측이 공업지구를 두고 돈줄이라고 모독하고 억류요, 인질이요 떠들며 인질 구출 작전까지 거론하면서 도발한 것이 (존폐 위기의) 원인”이라며 종래 주장을 되풀이했다. 또 “청와대는 반민족 처사가 빚어 낼 모든 후과에 전적으로 책임져야 한다”고 했으나 직접적인 위협은 없었다.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도 이날 “우리가 우려하는 것은 괴뢰 호전광들의 북침전쟁 광증 때문에 남반부 땅이 초토화되고 무고한 주민들과 재산이 피해 보는 것”이라며 “괴뢰패당은 경거망동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북한 내부에서는 강경 군부와 민간 출신 온건파의 세력 대결이 팽팽한 것으로 전해졌다. 통일부가 올해 1월부터 4월 11일까지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현지지도 수행 인물을 집계한 결과 1∼4위를 모두 군부 인사가 차지했다. 1위 최룡해 군 총정치국장(33회)을 시작으로 2위 현영철 군 총참모장(22회), 3위 김격식 인민무력부장(21회), 4위 김영춘 전 인민무력부장(14회) 순이었다. 민간 출신인 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은 13회로 5위에 머물렀다. 지난해 수행 인물이 1위 장성택(106회), 2위 최룡해(85회), 3위 김기남 당 비서(60회), 4위 박도춘 당 비서(50) 등으로 민군이 섞여 있던 것과 차이가 크다.

동정민·조숭호 기자 ditt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