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美 대화카드로 국면 반전… 北, 벼랑끝서 숨고르기?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4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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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규모 행사 없었던 태양절

북한이 15일 김일성 101회 생일(태양절)을 조용히 보낸 것은 대외 관계와 대내 여건을 모두 고려한 다중 포석으로 보인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이 올해 대남 대미 관계에서 잔뜩 긴장상태를 고조시켜 놓고 대대적인 축제 분위기를 연출하기가 부담스러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남북관계가 전시상황에 들어갔다고 주장하면서 개성공단 출입을 차단한 데다 박근혜 대통령의 남북대화 제의에 거부 의사까지 밝힌 상황에서 일종의 표정관리가 필요했다는 설명이다.

이날 북한의 공식 행사는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김일성·김정일 시신이 안치된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한 것이 전부였다. 지난해 태양절 때는 14일 김정은이 직접 주재한 경축 중앙보고대회가 열렸다. 15일에는 군 열병식과 대규모 축포야회(불꽃놀이)도 개최됐다. 지난해는 100회라는 의미가 각별한 데다 김정은이 △당 제1비서 △당 중앙군사위 위원장 △국방위 제1위원장 등 당·군·정을 모두 장악한 뒤 열린 첫 공식 행사였다. 이중 삼중으로 축하할 일이 많았던 것이다. 당시 열병식에서 김정은은 첫 육성 연설을 통해 “다시는 인민들이 허리띠를 졸라매지 않도록 하겠다”며 경제건설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반면에 올해는 참배행사를 녹화방송조차 하지 않았다. 태양절과 관련한 조선중앙TV의 보도는 14일 인민보안부에서 있었던 김일성·김정일 동상 제막 행사가 사실상 유일했다. 101주년인 올해는 북한이 중시하는 ‘꺾어지는 해’(5, 10주년 등 정주년)가 아닌 만큼 행사를 크게 할 필요가 없었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정부 추산에 따르면 북한은 역대 최대규모였던 지난해 태양절 행사 비용으로 약 3억4000만 달러(약 3800억 원)를 지출했다. 3800억 원이면 북한 주민 모두(약 2400만 명)가 100일간 먹을 수 있는 중국산 옥수수(약 100만 t)를 살 수 있다고 정부 관계자는 말했다. 전영선 건국대 교수는 “그동안 위기를 고조시켜 대내적으로도 주민들을 충분히 단결시켰다고 판단한 북한이 대규모 자금을 쏟아가며 101주년 기념식을 할 필요를 못 느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군 당국은 열병식이 인민군 창건일(25일)로 연기됐을 가능성에 주목한다. 군 소식통은 “최근 평양 인근 미림비행장에서 열병식을 위한 북한군의 병력과 무기, 장비가 관측됐고 아직 리허설 장면은 포착되지 않은 상태”라고 말했다. 열병식이 이뤄지면 북한이 무력시위의 일환으로 신무기를 공개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북한이 30일까지 진행되는 독수리 한미 연합 군사연습에 대응하는 카드로 열병식을 쓸 수 있다는 것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열병식에는 지난달 북한의 국가급 육해공 합동훈련에 참가한 대남 침투 및 타격전력이나 지금까지 공개되지 않았던 단거리미사일 등이 포함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한편 지재룡 주중 북한대사는 15일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보낸 기고문에서 “한반도 정세가 최악의 국면에 처해 있으며 미국이 최첨단 장비들을 통해 긴장을 의도적으로 격화시키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어 지 대사는 “미국은 우리 공화국을 군사적으로 침략해 아태 지역에서 지배적 지위를 차지하려고 최후 발악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국에 대해서는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

지 대사의 기고는 11일 이규형 주중 한국대사가 신화통신과 인터뷰를 한 데 대한 대응으로 보인다. 신화통신은 주중 남북한 대사와 기획 인터뷰를 마련했지만 지 대사는 인터뷰에 응하지 않고 서면으로 자신의 주장을 전달한 것이다.

조숭호 기자·윤상호 군사전문기자·베이징=고기정 특파원 sh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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