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정 대타협 이끌어 일자리 ‘발등의 불’ 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4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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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朴대통령 노사정위 강조 왜?

박근혜 대통령이 15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노사정 대타협’을 강조한 배경에는 국정 최대 과제인 일자리 창출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인식인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서 “장시간 근로관행 개선과 다양한 고용모델 창출, 노사정 일자리 대타협 등을 신속히 논의하기 위해 노사정위원회 가동을 적극 검토해 달라”고 주문했다.

박 대통령의 핵심 공약 중 하나인 고용률 70% 달성을 위해서는 앞으로 5년간 238만 개의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 매년 거의 50만 개에 해당한다. 경제가 3% 성장할 때 30만 개의 일자리가 만들어진다는 통계를 감안할 때 쉽지 않은 목표다. 현재 고용 추세와 향후 경제전망을 감안하면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이 청와대 안팎의 분위기다.

이에 앞서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노사정 대타협이 강조된 바 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새 정부 국정과제에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노사정위원회) 개편 방안이 포함됐다. 그러나 노동계는 지금까지 박근혜정부에 대해 반신반의하고 있다. 부당노동행위, 비정규직 차별 등으로 전국 곳곳에서 노사갈등이 일어나고 있지만 정부 차원의 반응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청와대나 내각 인사가 ‘노동보다는 고용이슈에 편향돼 있다’는 인식도 한몫했다. 이런 모습이 대통령 선거 전 ‘사회 대통합’을 강조했던 것과는 상반된 행보로 비치면서 ‘노정 갈등’이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이런 상황에서 박 대통령이 노사정 대타협과 노사정위원회 강화를 언급한 것은 노동계를 향한 일종의 ‘신호’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현재 협의 중인 사용자단체와 노동단체 간의 대타협 일정이 급물살을 탈 가능성도 점쳐진다. 청와대 관계자도 “노사정 대타협은 아무래도 각자의 입장이 있으니 진도가 쉽게 나가지 못했는데 앞으로 속도를 낼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가 알맹이 있는 대화 없이 “일단 손부터 잡자”고 서두를 경우 오히려 노동계의 반발을 부추길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사회적 대화는 필요하지만 과거 정권의 노사정 대타협 때 노동계가 들러리에 불과했다는 평가도 있다”며 “근로시간면제제도(타임오프) 개선 등 노동계 요구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선행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사정위원회 위상은 어떤 방식이든 지금보다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노사정위원회는 1997년 12월 당시 김대중 대통령 당선인이 외환위기 극복을 위해 노사 양측에 제안하면서 이듬해 1월 탄생했다. 1999년 민노총 한국노총이 잇달아 탈퇴(한국노총은 2000년 3월 복귀)하는 등 우여곡절을 겪기도 했지만 교원노조 법제화 등 합의를 이끌어내면서 대표적인 사회적 대화기구로 자리를 잡았다. 현 노사정위원회는 2010년 9월 이명박 대통령이 임명한 최종태 위원장(장관급)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하지만 노사관계의 근본적인 변화를 이끌어내기에는 역부족이었다는 평가도 있다. 2006년 9월 노사관계 선진화를 위한 노사정 합의, 2007년 12월 상생의 새로운 노사관계 패러다임 구축을 위한 선언문 채택이 이뤄졌지만 실질적 성과로 이어지진 않았다. 특히 이명박 정부 때는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민정 합의문’까지 선포했지만 노정 갈등이 깊어지면서 노사정위원회의 존재마저 유명무실해졌다.

이런 전례를 감안할 때 노사정위원회 개편 방안이 구체화하면 향후 박근혜정부의 노동정책 기조를 엿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노사정위원회도 개편 방안을 검토 중이며 상반기 노사정위원회법 개정안이 나올 예정이다. 개정안에는 비정규직 청년 여성 소상공인 등 다양한 계층을 참여시키고 논의 의제를 확대하는 방안이 포함될 것으로 전망된다. 노사정위원회 관계자는 “노사정위원회 개편과 사회적 대타협은 인수위 때부터 제시된 내용”이라며 “정부도 일자리 창출을 위해 노사정 대화 활성화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철수 서울대 법대 교수(노동법)는 “일단 대통령이 그런 언급을 했다는 것 자체에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이 교수는 “일자리 창출이나 고용안정, 복지 같은 문제는 노사의 적극적인 참여와 협력이 있어야 된다”며 “이해와 양보를 바탕에 깔고 대화를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성호·장원재 기자 stars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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